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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이슈 박항서의 베트남

'히딩크 조력자'에서 '베트남 히딩크'로…박항서 매직은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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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탑 부임 3개월 만에 베트남 축구에 새 장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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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VNA=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베트남 축구 역사를 새로 쓴 박항서(59) 베트남 대표팀 감독은 베트남과 한국을 넘어 아시아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지도자로 떠올랐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23세 이하(U-23) 대표팀은 27일 중국 창저우 올림픽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결승에서 우즈베키스탄에 1-2로 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연장 후반 결승골을 허용하며 아쉽게 우승은 놓쳤지만, 베트남의 AFC 대회 첫 준우승이라는 성적으로 베트남 축구사의 새 장을 열었다.

'히딩크의 조력자'로 이름을 날렸던 박항서가 '베트남의 히딩크'로 우뚝 선 것이다.

경남 산청 출신의 박 감독은 경신고와 한양대를 거쳐 1981년 제일은행에서 실업무대에 데뷔했다.

1981년 일본과의 친선 A매치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기도 하고 1985년 럭키 금성에서 팀의 리그 우승을 이끌기도 했으나 선수로서 두드러진 주목을 받진 못했다.

1988년 은퇴 후 트레이너와 코치로 변신한 그는 2000년 대표팀의 수석코치로 선임돼 거스 히딩크의 조력자로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함께 일궜다.

한국 축구와 문화에 익숙지 않았던 히딩크 감독과 선수들 사이에서 가교 구실을 한 것도 그였다.

한일월드컵 당시 폴란드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황선홍이 달려가 히딩크 감독이 아닌 박항서 코치에게 안긴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됐다.

지도력을 인정받은 박 감독은 월드컵 직후 2002 부산아시안게임과 2004 아테네올림픽 대표팀의 감독으로 선임됐다.

박 감독은 히딩크의 훈련법을 그대로 이식하며 한창 높아진 축구 열기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됐으나 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 이란에 패해 동메달에 그치면서 석 달 만에 경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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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당시 박항서와 히딩크
[연합뉴스 자료사진]



박 감독은 이후 2005년 고향 경남FC의 초대 감독으로 선임된 것을 시작으로 전남 드래곤즈와 상주 상무를 차례로 거치며 K리그 구단을 이끌었다.

경남을 리그 4위로 올려놓고, 전남의 FA컵 준우승을 지휘하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기도 했으나 구단과의 갈등이나 성적 부진으로 다 씁쓸하게 감독직에서 내려왔다.

이후 실업팀 창원시청의 감독을 맡기도 했던 박 감독은 지난해 10월 베트남 대표팀 감독으로 깜짝 선임되며 관심을 받았다.

박 감독은 취임 당시 "베트남 대표팀을 동남아 정상, 아시아 정상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으나, 그다지 화려하지 않은 경력을 가진 박 감독의 선임에 베트남에서의 의구심을 품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 감독은 자신을 향한 의구심을 경기력으로 씻어냈다.

그의 첫 시험대였던 이번 AFC U-23 챔피언십에서 박 감독은 베트남의 축구 역사를 실시간으로 고쳐 썼다.

이 대회에서 처음으로 8강에 진출하고, 동남아 국가 중 처음으로 4강에 진출했으며,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AFC 주최 대회에서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축구에 대한 베트남의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 지난해 K리그 올스타전에서 한국의 '형님'들에게 굴욕패를 안기기도 했던 베트남 U-23 선수들의 잠재력이 박 감독의 '신뢰의 리더십'과 만나 이뤄진 일이었다.

골이 들어가면 누구보다 열광적으로 환호하고,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엔 거세게 화를 내는 열정적이고 인간적인 모습도 호감을 샀다.

국민영웅으로 떠오른 박항서 감독에 베트남 언론을 넘어 외신들도 주목하기 시작했고, 한국 팬들도 국내 대표팀에 대한 실망감과 맞물려 박 감독에 열광했다.

전날 한국과 카타르의 이 대회 3·4위전은 같은 시간 열린 정현의 호주오픈 4강 경기에 밀려 중계조차 되지 않았으나, 이날 베트남과 우즈베크의 결승은 이례적으로 국내에서 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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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의 응원 인파
[EPA=연합뉴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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