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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박항서의 베트남

새싹 10년 키운 베트남 축구 ‘박항서 매직’에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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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3 결승행 뒤엔 2008년 유소년축구기금 마련 클럽팀 집중 투자

유럽 선진 시스템 도입한 HAGL 아카데미, 대표팀 핵심 쯔엉 배출



경향신문



박항서 감독(사진)이 일군 베트남 축구의 ‘기적’은 그냥 탄생한 것이 아니었다. 지난 10년간 과감하고 체계적인 유소년에 대한 투자가 밑바탕이 됐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다.

베트남은 지난 23일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4강전에서 카타르와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이겨 결승에 진출했다. 아시아 축구 변방으로 치부돼온 베트남이 아시아 무대 결승까지 오른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10월 베트남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박항서 감독이 3개월 만에 이룬 성과는 ‘박항서 매직’으로 불린다. 실제 박 감독이 단행한 스리백 전술로의 변화, 강력한 승부 근성을 심어준 카리스마와 팀 장악력 등은 베트남의 잠재력을 하나로 끌어내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박항서 매직’이 나올 수 있었던 진짜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대길 스포츠경향 해설위원은 “베트남이 경제 성장과 함께 늘어난 자본을 꾸준히 유소년 축구에 주목하고 투자해온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은 2008년 유소년 축구 발전을 위한 대변화를 시작했다. 베트남의 거대 부동산 기업인 빈그룹이 출자한 축구 육성 프로젝트 베트남 유소년축구기금(PVF)을 통해 유소년 클럽 축구에 집중 투자했다. 이 프로젝트는 치밀하고 체계적이었다. 8세부터 한 살 간격으로 각 연령 클럽팀을 만들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11세부터 14세까지는 프로 선수를 목표로 하지 않고 훈련을 한다. 14세까지는 말 그대로 ‘선수 육성’이 아닌 ‘지원’의 의미가 강하다. 14세가 넘으면 테스트를 거쳐 프로 선수를 준비하는 훈련이 진행된다. PVF는 19세까지의 어린 선수를 키운 뒤 이들이 프로팀으로 진출하는 젖줄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베트남 유소년 축구를 이끄는 또 다른 축인 호앙안지안라이(HAGL) 그룹이 있다. 프로팀을 보유한 HAGL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과 손잡고 유소년 아카데미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HAGL은 어린 새싹을 발굴해 영어를 배우게 하고 유럽의 선진 유소년 축구 시스템 속에 인재로 키워갔다. 이번 대표팀의 핵심으로 K리그 1호 베트남 선수인 쯔엉이 바로 HAGL 아카데미 출신이다.

꾸준한 투자 속에 자라난 베트남 유스 축구는 2016년 아시아 U-19 챔피언십 4강 진출로 이뤄졌다. 이번 U-23 대표팀의 결승행도 지난 10여년 유소년 축구에 대한 꾸준한 지원과 투자의 결실로 평가된다. 김대길 위원은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팀들이 유소년에 적극 투자하며 도전하고 있어 향후 아시아 청소년 축구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승남 기자 ysn9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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