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박항서의 베트남

'슬리핑 원' 박항서는 어떻게 '쌀딩크'가 됐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박항서, 베트남 U-23 대표팀 결승으로 이끌어 국가대표팀, K리그, 실업축구 등 박항서의 우여곡절 감독사

아주경제

상주 상무 시절의 박항서 감독.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잉글랜드의 프로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 조세 무리뉴는 자타칭 '스페셜 원(special one)'이다.
한국에는 '슬리핑 원(sleeping one)'이 있다. 박항서 베트남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감독을 두고 하는 말이다.

박 감독은 상주 상무 감독 시절인 2014년 경기 도중 졸고 있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혀 이 같은 칭호를 얻었다.

슬리핑 원이 다소 짖궃은 의미의 별명이라면 '쌀딩크'(쌀과 히딩크를 합친 합성어)는 박 감독에게 보내는 온전한 찬사다. 박 감독은 24일 카타르를 격파하면서, 베트남을 2018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십 결승전으로 이끌었다. 베트남 축구의 역사를 다시 써내려가는 박 감독에 대한 현지의 반응은 상상 이상이다.

박항서 감독이 지도자로서 세간에 알려진 시기는 2002년 한일월드컵 때다. 박 감독은 히딩크호의 수석코치로서 한국 대표팀의 4강 신화에 일조했다. 그러나 이후로 박 감독의 커리어가 순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월드컵 직후 박 감독은 부산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다. 히딩크 감독의 운영체제를 이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대표팀은 4강에서 승부차기 끝에 이란에 패한다.

간신히 동메달은 땄지만 아시안게임의 경우 금메달을 따야 병역 면제를 받을 수 있다. 월드컵 대표팀 탈락의 울분을 금메달로 대신하려 했던 이동국이 입대해야 했던 까닭이다. 당시 이영표의 페널티킥 실축은 '이동국 군대가라 슛'으로 여전히 회자하고 있다.

경질된 박 감독은 막 창단된 경남FC의 초대 감독을 맡게 된다. 신생팀에 재정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시민구단의 특성상 첫 시즌인 2006년 14개팀 중 12위에 그친다. 겨우 꼴찌만 면한 수준이다.

2년차인 2007년에는 경남이 돌풍의 주역이 된다. 조직력의 차원에서 괄목상대한 경남은 정규리그에서 4위를 차지한다.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시즌이 끝나자마자 박 감독은 팀을 떠난다. 구단 경영진과의 마찰 때문이라는 뒷말이 나왔다.
아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박 감독의 세 번째 정거장은 전남 드래곤즈. 전남에서 박 감독은 구단의 큰 지원이 없었음에도 2009년 플레이오프 4위, 2010년 FA컵 4강 등 일정한 성과를 거둔다.

2012년 상주 상무의 감독으로 취임한 박 감독에게는 달갑지 않은 일이 벌어진다. K리그 승강제 도입 논의 과정에서 성적과 무관하게 상주가 자동으로 강등되는 방안이 나온 것이다. '멘붕'한 상주는 잔여 경기를 보이콧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2부행을 받아들인다.

이후 해마다 승격과 강등을 거듭한 끝에 박 감독은 2015년 시즌이 끝나고 구단 수뇌부와의 마찰로 사임한다. 박 감독은 당시 인터뷰를 통해 감독의 재량권을 인정해주지 않는 구단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놀랍게도 박 감독의 다음 행선지는 창원시청 축구단이었다. 국가대표팀 감독 역임은 물론 K리그에서도 잔뼈가 굵은 박 감독이 실업팀을 맡게 되자 많은 이들이 의아해했다. 박 감독은 부임 당시 '축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환경보다 내 축구 철학을 펼칠 수 있다면 프로든 대학이든 상관하지 않는다"며 "어차피 축구는 다 똑같다"고 설명했다.

커리어를 돌아보면, 박 감독은 중소 클럽에서 조직력을 바탕으로 실력을 증명해 왔다. 그러나 매번 프론트와의 갈등, 선수단 장악 부족 등의 외부적 이유로 본의 아니게 '떠돌이 감독' 생활을 해 왔다. "저에 대한 비판도 베트남 내에서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박 감독은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렇게 말했다. 늘 그랬듯 이번에도 박 감독은 보여주고 증명했다.
아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백준무 기자 jm100@ajunews.com

백준무 jm100@ajunews.com

- Copyright ⓒ [아주경제 ajunews.com] 무단전재 배포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