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2018년 베트남이 축구로 하나가 됐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 대표팀의 수석 코치로 활약했던 박항서는 16년 후 베트남 축구 대표팀의 감독이 돼 또 한 번 신화를 쓰고 있다. 기적의 중심에 그가 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23일 중국 창저우 올림픽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2018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결승에서 전·후반을 2-2로 비긴 후 승부차기 끝에 4-3으로 이겼다.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동점골을 만들어냈고, 승부차기를 통해 짜릿한 역전승을 기록했다. 베트남은 오는 27일 준결승에서 한국을 꺾은 우즈베키스탄과 결승전을 치른다.
축구로 인해 베트남이 들썩였다. 결승 진출에 베트남 국민들은 국기를 들고 길거리로 쏟아져나왔다. 베트남 언론 '베트남 익스프레스'는 "역사적인 승리에 길거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고 보도했다. 붉은 물결이 넘실댔던 2002년 한국을 연상시킨다. 베트남 대표팀이 이 대회에서 결승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남아팀으로 범위를 넓혀도 베트남은 최초의 국가다. ‘베트남의 히딩크’, ‘박항서 매직’이라는 찬사가 쏟아지는 이유다.
2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 전화 인터뷰를 한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의 히딩크'라는 별명이 마음에 드느냐는 질문에 “제가 어떻게 거스 히딩크 감독님과 비교가 됩니까? 그건 아니고요. 감히 제가 히딩크 감독님이랑 비교하는 것 자체가 안 되는 거고 저는 제가 갖고 있는 조그마한 지식 갖고 열심히 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고 답했다.
겸손한 리더는 철저한 준비를 통해 결승 진출을 이뤄냈다. 지난 10월 11일 베트남 사령탑으로 공식 취임한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동남아시아 정상, 아시아 정상으로 만들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팀을 철저히 분석했다. 베트남 대표팀의 가장 시급한 문제점을 체력으로 결론내린 박 감독은 이에 맞는 포메이션으로 변경했다. 이전까지 베트남 대표팀은 포백을 주로 썼지만, 박 감독은 스리백이 바르다고 판단했다. 세밀한 분석과 훈련을 통해 박항서 감독은 3개월 만에 베트남을 전혀 다른 팀으로 바꿔놨다.
박 감독은 덕장으로도 유명하다. 준결승 후 박항서 감독은 공식 인터뷰를 통해 "선수들이 정말 강한 정신력으로 해나가는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며 공을 돌렸다. 주전으로 나서는 11명의 선수뿐만 아니라 선수단 전체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감독의 중요한 덕목이다. 박항서 감독은 "23명의 선수가 모두 똑같이 중요하다"며 "모두에게 각자의 역할이 있고 난 그들의 능력을 강하게 믿는다"며 선수 한 명 한 명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냈다. 선수들의 마음을 산 박항서 감독이 새 역사를 만들고 있다.
전성민 기자 ball@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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