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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히딩크' 박항서 "스펀지 같은 선수들…운이 좋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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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백에서 스리백 전술 변화 성공…선수들 자신감 찾았다"

연합뉴스

박항서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베트남의 히딩크'라는 별명은 감사하죠. 선수들이 스펀지처럼 전술을 받아들여요. 운이 좋았습니다."

베트남 축구에 '박항서 신드롬'이 일고 있다. 박항서(59)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U-23 축구대표팀은 중국 쿤산 스포츠센터에서 펼쳐지고 있는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동남아시아 국가로는 역대 처음으로 4강에 진출했다.

지난해 9월 베트남 대표팀을 맡으면서 U-23 대표팀까지 총괄하는 박항서 감독은 부임 4개월 만에 베트남 축구의 역사를 새로 쓰면서 '베트남의 히딩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베트남 U-23 대표팀이 이번 대회 4강에 진출하자 응우엔 쑤언 푹 베트남 총리는 8강 진출에 이어 두 차례나 축전을 보내 축하를 했고, 중국 주재 베트남 대사까지 대표팀 숙소를 찾아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 때문에 베트남 축구팬들은 또 한 번의 기적을 기원하며 23일 예정된 베트남과 카타르의 대회 4강전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베트남 U-23 대표팀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1승1무1패를 기록, 한국에 이어 조2위로 8강에 오른 뒤 이라크를 승부차기로 꺾고 나서 4강까지 진출했다.

박항서 감독은 22일 연합뉴스 전화통화에서 "운이 좋았다"고 겸손해했다. '베트남의 히딩크'라는 별명에 대해서도 "아직 멀었다"고 웃음을 지었다.

그는 "베트남 대표팀 사령탑 제의를 받고 일주일 만에 급하게 결정하면서 베트남 축구 문화에 대해 잘 모른 채 왔다"라며 "하나하나 배워나가면서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의 첫 작업은 '편견 깨기'였다. 동남아시아 선수들은 당연히 체력이 약할 것이라는 생각부터 버렸다. 선수들을 면밀하게 관찰한 박 감독은 "체격이 작지만 절대 체력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순발력과 민첩성이 좋은 장점을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결국, 개인기는 나쁘지 않지만 '자기 몸에 맞는 전술'을 찾지 못했던 베트남 축구에 새 옷을 입혔다.

박 감독은 "베트남은 전통적으로 모든 팀이 포백을 선호한다. 포백이 선진 축구의 기본이라는 생각을 해왔다"라며 "대신 스리백 전술을 도입했다. 처음 3-4-3 전술을 들고 나왔을 때 이를 비판하는 언론의 목소리도 컸다"고 돌아봤다.

그는 "선수들도 스리백 전술을 낯설어했지만 적응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라며 "선수들이 전술 수행 능력이 좋다. 감독의 지시를 스펀지처럼 잘 빨아들인다"고 칭찬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지난달 21일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울산 현대와 치른 평가전이 선수들에게 큰 자신감을 심어줬다는 게 박 감독의 설명이다.

박 감독은 "결과는 2-3으로 패했지만 0-2로 끌려가다 2-2 동점을 만들면서 베트남 선수들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웠고, 이번 대회에서 상승세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부터 큰 목표를 세우지는 않았다. 매 경기 치르면서 다음 경기를 생각하고 있다"라며 "카타르와 4강전 역시 자신감 있게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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