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 휠' |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유럽을 돌아다니며 '미드나잇 인 파리'(2011)와 '로마 위드 러브'(2012) 등 러브스토리를 찍어온 우디 앨런 감독이 팔순 넘어 고향 뉴욕으로 돌아갔다.
영화 '원더 휠'의 무대는 1950년대 뉴욕 근교의 유원지 코니 아일랜드. 원더 휠은 주인공 지니(케이트 윈즐릿 분)의 집에서 보이는 원형 대관람차의 이름이다. 아기자기하고 낭만적인 러브스토리가 펼쳐질 것만 같다. 하지만 이야기는 뉴욕이 아니라도 어디에나 널려있는 막장 드라마에 가깝다.
영화는 피서 인파로 시끌벅적한 해변 풍경을 비춘 다음 코니 아일랜드에 들어서는 캐롤라이나(주노 템플)의 심란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옮긴다. 캐롤라이나는 화려한 생활을 꿈꾸며 갱스터와 결혼했다가 실패하고 아버지 험티(짐 벨루시)의 집에 돌아가는 길이다. 유원지 회전목마를 관리하는 험티는 새 부인 지니, 그의 아들 리치(잭 고어)와 함께 산다.
'원더 휠' |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는 지니는 해수욕장 안전요원 믹키(저스틴 팀버레이크)와 몰래 사랑하는 중이다. 남편은 이마 벗겨진 배불뚝이에 손찌검마저 하는데, 믹키는 젊고 잘생긴 극작가 지망생이다. 그러나 바람둥이 믹키는 동네에 새로 온 캐롤라이나에게 또 빠진다.
사정도 모른 채 새 엄마에게 연애상담을 하는 캐롤라이나는 지니의 과민반응을 이해하지 못한다. 지니는 믹키의 험담을 잔뜩 늘어놓은 다음 믹키에게 달려가 캐롤라이나와 관계를 캐묻는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어쨌건 모녀 관계인 두 사람과 믹키의 삼각관계가 이야기의 거의 전부다. 지니와 캐롤라이나의 묘한 관계가 웃음을 유발하는 데 동원되지만, 유머의 날카로움은 무딘 편이다.
'원더 휠' |
관객의 헛헛한 마음을 달래는 건 영상미와 케이트 윈즐릿의 연기다. 영화의 주무대인 지니의 집 내부를 석양과 놀이동산 네온사인이 번갈아 비추는데, 빛들이 만들어내는 정취가 압권이다. 지니의 얼굴을 감싸는 빛의 색깔을 감정 상태에 따라 수시로 바꾸는 시도 역시 참신하게 느껴진다.
인물들의 과장된 대사와 몸짓, 미키가 관객을 직접 바라보며 제 생각을 늘어놓는 장면 등은 연극적이다. 이 4인극을 이끄는 배우는 단연 케이트 윈즐릿이다. 그는 배우를 꿈꿨던 과거에 대한 회한, 불륜이 삶을 망가뜨렸다고 생각하면서도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혼란, 젊은 연인의 새 여자에 대한 질투까지 복합적인 감정을 완벽하게 표현한다. 지니의 복잡한 속내를 지배하는 짜증과 신경질이 즉각적으로 관객에게 전염될 정도다.
우디 앨런 |
허공을 휘저으며 스릴을 안겼다가 제자리로 돌아오길 반복하는 대관람차와 아들 리치의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장난은 지니의 인생과 심리상태를 상징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야기가 어찌됐건, 우디 앨런의 소품 격인 이 영화가 끝나고 나면 근사한 장면 몇 개와 케이트 윈즐릿의 연기만 남는다. 25일 개봉.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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