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업계 큰손으로 떠올라…전방위로 작품 계약
첫 한국산 오리지널 드라마 6부작 '킹덤' 하반기 서비스 예정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세계적 동영상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가 한국 드라마업계 큰손으로 떠올랐다. 한국 상륙 2년 만이다.
'왕서방'의 돈줄이 막힌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한국 드라마의 판권을 속속 구매하면서 드라마업계의 숨통이 어느 정도 트였다. 방송업계에서는 "현재 넷플릭스가 가장 큰 돈줄이 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넷플릭스는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한류 드라마를 라인업에 포함시키면서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 tvN·JTBC 콘텐츠 중심으로 판권 구매 늘려가
넷플릭스는 지난해 JTBC와 600시간 콘텐츠 계약을 체결하고,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서비스하고 있다. 또 tvN과 OCN 드라마도 잇따라 판권을 구매하고 있다.
지난해 4~6월 JTBC에서 방송된 '맨투맨'은 넷플릭스에 회당 35만 달러에 팔렸다. 16부작인 '맨투맨'은 넷플릭스에 해외 독점 판권을 팔면서 560만 달러(약 60억 원)을 벌었다. 한류스타 박해진이 주연을 맡았다는 점에서 높은 가격에 판권을 수출했다.
지난해 6~7월 방송된 tvN '비밀의 숲'은 회당 20만 달러, 16부작 전체로는 320만 달러(약 35억 원)에 팔렸다. 여주인공 배두나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센스8'의 주인공이라는 점이 작용했다.
이를 시작으로 한류스타 송승헌 주연 OCN '블랙'과 tvN '화유기', '슬기로운 감빵생활', '아르곤', OCN '나쁜 녀석들 : 악의 도시'도 넷플릭스를 통해 서비스 중이다.
넷플릭스는 계약사항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어 판권료가 노출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방송사와 제작사들은 "넷플릭스가 한국 드라마의 제작비에 맞춰 적정한 판권료를 지불하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 한국 미니시리즈 드라마의 평균 제작비는 회당 5억원 안팎이며, CG가 많이 들어가거나 몸값 비싼 스타가 출연하면 8억~15억원까지 치솟고 있다. 일본 시장이 예전만 같지 못하고, 중국 시장까지 막힌 상황에서 이같은 제작비를 보전할 길은 수출과 주문형비디오(VOD)인데 넷플릭스가 쏠쏠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
넷플릭스 측은 18일 "넷플릭스는 좋은 콘텐츠를 찾아다니고 있으며, 그런 점에서 한국 콘텐츠는 여러 나라에서 사랑받을 가능성이 큰 콘텐츠"라고 밝혔다.
지난 2016년 1월 한국에 상륙한 넷플릭스는 현재 한국 가입자 수를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190개국에서 1억900만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힌다.
넷플릭스 측은 "한국 뿐 아니라 어느 나라의 가입자도 별도로 밝히지 않는다. 그러한 사용자 정보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화유기', 넷플릭스와 계약 때문에 방송 못 미뤄
그러나 세계적 업체인 만큼 계약 조건도 까다롭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넷플릭스와의 계약서는 책 한권 분량"이라며 "엄청나게 세세하고 정확하고 까다롭다"고 전했다. 소위 '코리안 스타일'로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 없다.
tvN '화유기'가 대표적으로 그 계약조건에 발목이 잡힌 케이스다. '화유기'는 제작 과정에서 계속 일정이 밀리면서 첫방송이 몇차례 지연됐다. tvN은 4부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급하게 편성하는 등 '화유기'의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애를 썼지만 지난해 12월23일 첫방송을 더는 미루지 못했다. 이는 넷플릭스와의 계약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11월 '화유기' 판권 계약을 발표하면서 이 드라마가 12월23일 첫방송한다고 고지했다. 그러나 제작이 계속 지연됐던 '화유기'는 결국 12월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한국 드라마 사상 최악의 방송 사고를 내버렸다. 불과 방송 2회 만에 대참사가 벌어질 정도로 준비가 안된 상태였지만 첫방송을 더는 미룰 수 없어 강행했다가 벌어진 일이었다.
한 방송 관계자는 "'화유기' 제작진이 올 1월로 첫방송을 더 미루기를 원했지만 넷플릭스와의 계약으로 미룰 수 없었다"고 전했다.
방송 사고가 난 후 '화유기'는 한주 결방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배우가 방송을 아예 중단하고 사전제작을 통해 제대로 완성하자고 제안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역시도 넷플릭스와의 계약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방송 사고와 결방에 따른 책임은 어떻게 될까.
넷플릭스 측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계약사항이라 알지 못한다"고 잘랐다.
결방은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도 했다. 지난 연말 제작 지연에 따라 한주가 결방됐다. 그러나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경우는 처음부터 넷플릭스와 계약할 때 한주 정도 결방을 할 수도 있다는 조건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화유기'와 '슬기로운 감빵생활' 등은 넷플릭스를 통해 25개국 언어로 자막 처리돼 나라별 약간의 시차를 두고 서비스 되고 있다.
◇ 오리지널 콘텐츠 '킹덤' 하반기 서비스 예정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옥자'로 한국 영화를 처음으로 제작한 넷플릭스는 올해 '킹덤'을 통해 첫 한국 드라마를 내놓는다.
'시그널' '싸인'의 김은희 작가와 손잡고 만드는 6부작 좀비 사극으로 주지훈, 류승룡, 배두나가 주연을 맡았다. '킹덤'은 3월까지 촬영을 진행할 예정이며 CG 작업을 거쳐 올 하반기 공개될 전망이다.
한국 영화 대작의 제작비가 100억 원인 상황에서 '옥자'의 제작비가 그를 훌쩍 뛰어넘는 600억 원이었듯, '킹덤'의 제작비 역시 회당 12억~15억 원으로, 보통 한국 드라마의 사이즈를 가볍게 넘어선다.
넷플릭스의 이같은 과감한 투자에 제작자들이 반색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간 제작비 문제로 시도하지 못했던 판타지 장르, 대형 스케일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넷플릭스는 매력적인 투자자인 것이다. 물론, 계약조건이 까다로워 제작자들에게는 남모르는 애로사항도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지만,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고 선택지가 넓어진 것은 분명하다.
한 제작사 대표는 "미국 드라마는 편당 제작비가 수십억 원씩 드니 넷플릭스 입장에서 한국 드라마의 제작비는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니다"라며 "세계적으로 콘텐츠 싸움이 격화되는 속에서 넷플릭스로서는 경쟁력 있는 한국 드라마를 확보하는 게 좋은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드라마가 넷플릭스를 통해 더 널리 알려지게 된 것도 이점이다. '비밀의 숲'이 지난해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의 평론가가 선정한 '베스트 인터내셔널 쇼' 10편 안에 포함된 것은 넷플릭스를 통해 서비스된 덕분이다. 당시 NYT의 평론가는 '비밀의 숲'을 선정하면서 인터넷 스트리밍업체 덕분에 외국 콘텐츠를 더 많이 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는 '킹덤' 외에도 천계영의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도 드라마로 제작하는 등 한국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제작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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