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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9 (월)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강한길의 분데스리가 돋보기'

[강한길의 분데스리가 돋보기] ‘벌떼군단’ 팬들의 이유 있는 보이콧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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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리그 경기 편성하자 "팬과 축구의 사회적 가치를 무시하는 결정”이라고 비판

아시아경제

월요일 리그 경기에 대해 반대하는 도르트문트 팬들의 시위. [사진출처: 엘프프로인데(11Freu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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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열성적이고 환상적인 팬을 보유한 클럽은 어디일까? 독일 축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분데스리가의 대표적인 클럽인 바이에른 뮌헨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주저 없이 도르트문트를 꼽을 것이다. 한 시즌 경기당 평균 관중 수 8만 명 이상을 자랑하는 도르트문트는 이 부분에서 유럽 전체에서 최고로 손꼽힌다.

실제로 올 시즌 분데스리가 전반기 평균 관중 수에서 도르트문트가 평균 8만877명으로 7만5000명을 동원한 바이에른 뮌헨을 누르고 1위를 기록했다. 지난 2016/17시즌에는 유럽 전체에서 FC바르셀로나에 이어 2위, 2015/16 시즌에는 바르셀로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런 도르트문트 팬들이 최근 분데스리가의 새로운 규정에 단단히 뿔이 났다. 분데스리가는 이번 시즌부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리그에 출전하는 팀들의 체력적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방편으로 월요일로 리그 다섯 경기를 편성했다. 이 결과, 도르트문트는 월요일인 2월 26일(한국시간) FC아우크스부르크와 경기를 하게 되었다. 이에 도르트문트의 연합 팬클럽인 ‘쥐드트리뷰네 도르트문트(S?dtrib?ne Dortmund)’는 해당 경기에 대한 보이콧을 선언했다.

쥐드트리뷰네 도르트문트는 독일 언론을 통해 “이번 보이콧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결정에 대한 확신이 있다. 따라서, 이번 아우크스부르크와의 경기는 경기장에 가지 않을 것이며, 티켓을 구매하거나 시즌권을 사용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번 보이콧은 우리 팀에 대한 반대가 아닌 월요일에 분데스리가 경기가 치러지는 데 대한 반대일 뿐이다”라고 의사를 밝혔다.

또한 “티켓 완판과 만원 경기장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분데스리가에 월요일 리그경기 편성은 파산선고와 같은 일이 될 것이다. 근무 때문에 아무도 경기장을 찾을 수 없는 월요일에 리그 경기를 편성하는 것은 축구라는 스포츠를 지금의 위치에 오르게 해준 팬들과 축구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가치를 무시하는 결정이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전 도르트문트 선수이자 현재 다름슈타트에서 뛰고 있는 케빈 그로스크로이츠 또한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우리의 축구를 잃어서는 안 된다. 팬이 곧 축구다. 선수로서 도르트문트 팬들의 보이콧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15일 현재까지 도르트문트 구단은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축구와 자신들의 클럽을 끔찍하게 사랑하는 도르트문트 팬들의 염원대로 다음 시즌부터 분데스리가 월요일 경기가 없어질지, 아니면 더 많은 경기가 주간에 편성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분명한 사실은 도르트문트 팬들의 실력 행사는 분데스리가 전체에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며 논란이 될 것이 틀림없다는 점이다. 여론은 생물이며 리그는 언제나 타이틀과 수익, 명예와 전통, 경쟁과 새로움의 시도라는, 근본을 함께 하지만 다양하게 변주되는 하모니의 집합체이다.

팬들이 중계방송 화면을 통해 보게 될 텅 빈 관중석도 포토 저널리스트들에게는 ‘작품’을 만들 기회일지도 모르고.

강한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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