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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 든 애플 "아이폰6 이후 배터리 교체 비용 지원"

IT조선 정미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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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 든 애플 "아이폰6 이후 배터리 교체 비용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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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구형 아이폰 성능을 고의로 떨어트린 이른바 '배터리 게이트'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하며 아이폰6 이후 출시된 제품의 배터리 교체비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배터리 게이트 이후 전 세계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소송이 이어지자 애플이 적극 대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에서는 1000조원이 넘는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되는 등 지금까지 9건의 집단소송이 제기됐고, 한국에서도 집단소송이 준비 중이다.

◆ 애플 '배터리 게이트' 사과…"배터리 교체비용 지원"

애플은 28일(이하 현지시각)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당신을 실망하게 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며 "이 문제에 대해 많은 오해가 있기 때문에 이 사안에 대해 명확하게 알리고, 몇 가지 변화에 대해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애플은 "제품 수명을 의도적으로 단축하거나 사용자의 경험을 저하해 고객이 새로운 기기를 사도록 하지 않으며,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우리의 목표는 고객이 사랑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었고, 가능한 한 아이폰을 오래 사용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애플은 이어 문제의 시작점인 리튬이온 배터리에 관해 설명했다.

애플은 "모든 충전식 배터리는 화학적으로 수명이 짧고 충전 기능이 약해지는 소모성 부품이다"이라며 "뜨거운 환경에 배터리를 두거나 충전하는 등 장치를 사용하는 방법은 배터리 수명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또 애플은 "노후화된 배터리는 충전 상태가 낮은 경우 피크 에너지를 전달하기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기기가 예기치 않게 스스로 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플은 아이폰이 갑자기 꺼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1년 전 iOS 10.2.1 업데이트를 했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2016년 아이폰 배터리가 30% 남았는데도 전원이 불시에 나가는 오류가 발생하자 이를 막기 위해 지난해 12월 iOS 10.2.1을 공개하고 아이폰6,아이폰6 플러스,아이폰6S,아이폰6S플러스,아이폰SE에 적용했다. 애플은 iOs 11.2를 통해 아이폰7과 아이폰7 플러스에도 동일한 시스템을 적용한 상태다.

다만, 애플은 "전원 꺼짐을 방지하는 데 필요한 경우 일부 시스템 구성 요소의 최대 성능을 관리했고, 일부 사용자는 앱 실행 시간이 길어지고 성능이 저하됐다고 느낄 수 있다"며 "노후화된 배터리를 새 배터리로 교체할 경우 아이폰 성능이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애플은 "신뢰를 되찾기 위해 다음과 같은 조처를 하기로 했다"며 배터리 교체 비용 일부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애플은 2018년 1월 말부터 12월까지 아이폰6 이상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 중 보증 기간이 만료된 아이폰 배터리를 29달러(3만1000원)에 교체해준다. 애초 배터리 교체 비용은 79달러(8만5000원)로 애플이 50달러(5만3500원)를 지원하는 셈이다.

또한, 애플은 사용자가 아이폰 배터리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담은 iOS 업데이트를 내년 초 선보일 예정이다. 이외에도 노후화된 배터리가 예기치 않게 전원 꺼짐 현상을 발생시키는 것을 개선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를 진행 중이다.


◆ 전 세계서 줄소송 이어지자 백기

애플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이용해 구형 아이폰 처리 속도를 의도적으로 늦추고 있다는 의혹은 지난 9일 자신을 아이폰6S 사용자라고 밝힌 사람이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자신이 쓰던 아이폰 배터리를 교체한 이후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가 향상됐다는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여기다 벤치마크 사이트 긱벤치 창업자 존 풀이 iOS 10.2.1 이후 버전의 iOS를 아이폰6, 아이폰6S, 아이폰7에 설치한 결과 아이폰 종류에 따라 벤치마크 점수가 다르게 나왔고, 아이폰이 구형일수록 벤치마크 점수 변화가 두드러졌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은 확산됐다.


의혹이 불거지자 애플은 20일 "(아이폰에 탑재되는) 리튬 이온 배터리는 기온이 내려가거나 배터리 잔량이 적어 피크 전류 수요를 공급할 수 없을 때, 전자 부품을 보호하려고 예기치 않게 전원이 꺼지는 현상이 발생한다"며 "애플은 2016년 아이폰6,아이폰6S,아이폰SE가 갑자기 꺼지는 현상을 막기 위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애플에 소송을 제기하며 불만을 표시했다. 2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사는 스테판 보그대노비치와 다코타 스피어스는 캘리포니아주 연방 지방법원에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시카고,뉴욕,일리노이주에서 애플을 상대로 한 집단소송이 제기되는 등 미국에서만 총 9건의 집단소송이 접수된 상태다.

이스라엘에서도 애플을 상대로 1억2500만달러(1338억5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소송이 접수됐으며 한국에서도 애플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준비 중이다.

결국, 애플은 재차 성명을 발표하며 백기를 들었다.

하지만 애플은 28일 성명에서 "올해 가을 특정 상황에서 아이폰 성능 저하를 겪은 일부 사용자로부터 피드백을 받기 시작했다"라며 "아이폰에 새로운 SW를 설치하고 응용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할 때 발생하는 일시적인 성능 저하와 (새로운 iOS를) 초기에 배포할 때 발생하는 사소한 버그의 결합 때문에 성능 저하가 발생한다"며 일부 책임을 비껴가려고 시도했다.

테크크런치는 "애플이 아무런 설명 없이 1년 동안 노력을 쏟아 부었지만, 결국 사용자의 신뢰를 다시 구축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며 "복잡한 기술의 부정적 영향을 나중에 설명하려고 시도하는 것보다 복잡한 기술에 대해 가능한 한 투명하게 말하기가 훨씬 쉽고, 이게 애플이 가야 할 길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애플은 소비자에게 직접 설명했어야 한다"라며 "전원 꺼짐의 문제는 언론이나 고객에게 완전히 설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IT조선 정미하 기자 viva@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