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경향신문 언론사 이미지

SK-애경 '가습기메이트' 살균제 피해자 "기업들은 살인극을벌이고도 당당하더라"

경향신문
원문보기

SK-애경 '가습기메이트' 살균제 피해자 "기업들은 살인극을벌이고도 당당하더라"

서울맑음 / -3.9 °



19일 한국공정거래원에서 2016년 심의절차 종료로 의결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재조사 발표 후 서울 중구 정동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가습기 피해자인 박숙경씨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교사로 일하던 박숙경씨(58)는 2002년 학부모에게서 가습기살균제를 선물받았다. 2년 동안은 교실에서 이 살균제를 사용해 가습기를 썼고 2005년부터 10년간은 주로 집에서 사용했다. 그런데 박씨는 해가 갈수록 기침이 잦아졌다. 도심의 탁한 공기 탓인줄 알고 교외로 이사를 가기도 했다. 그러나 건강은 나아지지 않았고, 수업을 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기침이 심해져 지난해 결국 교편을 내려놨다.

박씨는 SK케미컬이 만들고 애경이 판매한 ‘가습기메이트’ 피해자 중 한 명이다. 이 제품 사용자 중에 정부 심사를 받아 가습기살균제 특별법상의 피해자로 인정받은 이들이 103명이고 그중 31명은 사망했다. 그러나 SK케미컬과 애경은 잘못이 없다며 피해자들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미 지난해 자신들에게 죄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이 기업들의 버팀목이었다. 박씨를 비롯한 가습기메이트 피해자들이 엄연히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셈이었다.

공정위는 지난해 SK케미컬과 애경의 가습기살균제 허위광고 사건의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심의를 종료한 사실을 19일에야 인정했다. 공정위 사무처는 SK케미컬과 애경을 고발하는 안을 전원위원회에 전달했다. 전원위원회의 결정은 내년 1월 나온다.

박씨는 이날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주최한 기자회견에 나와 그간의 억울했던 마음을 쏟아냈다. “기업들은 살인극을 벌이고도 너무나 당당해요. 저는 적은 양을 오랜 기간에 써서 그나마 피해가 덜하지만 이미 운명을 달리하시는 분, 유언을 준비하시는 분들을 보면 나라를 떠나고 싶더라고요.”

공정위가 지난해 두 기업에 ‘심의종료’를 내린 시점은 공교롭게도 ‘표시광고법 위반행위’의 공소시효가 끝나기 직전이었다. 검찰이 옥시 등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때이기도 했다. 만일 공정위가 SK케미컬과 애경을 고발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면 가해기업 수사범위가 확대됐을 가능성이 높다. 가습기메이트 피해자들은 공정위의 심의종결에 대해 위헌소송을 냈다. 이들의 변호를 맡고 있는 송기호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피해자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준 ‘박근혜 공정위’ 책임자의 사퇴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또 지난해 공정위가 “인체 무해”라는 광고문구는 제대로 심사하지 않았다면서 “전원위에 상정할 공정위 심사보고서에는 반드시 이 문구가 보여주는 핵심적 위법사항에 대한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