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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문제 두고 EU 내분…메르켈, 정상회의 의장 제안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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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EU에서 선택적 연대는 있을 수 없다"…난민 강제할당제 동서 갈등 노출

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AFP PHOTO / JOHN THYS=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난민 문제 대응책을 둘러싼 분열상이 그대로 노출됐다고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디언이 14일(현지시간) 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최근 마련한 난민 강제할당제 폐지 계획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데 따른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취재진에게 "우리는 외부 국경에서 이주를 단속하고 관리하는 데서만이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연대가 필요하다"며 "EU 회원국 사이에서 선택적인 연대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EU는 최근 몇 년 사이 중동·아프리카 난민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밀려들자 2015년부터 각 회원국이 일정한 수의 난민을 의무적으로 수용·재정착시키도록 하는 강제할당제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투스크 상임의장은 최근 할당제가 회원국 간 분열을 초래하고 비효율적이라면서 이 제도의 폐지와 관련한 내용으로 각국 정상에게 보낼 서한 초안을 마련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오랜 기간 난민을 수용한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주요 서유럽 국가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특히 독일은 메르켈 총리의 난민 포용정책으로 2015년 100만 명에 가까운 난민을 받아들인 국가로, 난민 강제할당제를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

반면 폴란드와 헝가리, 체코 등 그동안 난민 수용을 꺼렸던 일부 동유럽 국가는 투스크 상임의장의 계획을 지지했다.

메르켈 총리의 이례적인 공개 비판으로 이날 밤 EU 정상들의 만찬 자리에서도 전투적인 분위기가 이어졌다고 FT는 보도했다.

가디언은 EU 관리들이 사적인 자리에서는 투스크 상임의장의 제안에 대해 더욱 직설적으로 비판한다고 전했다.

한 EU 외교관은 투스크 상임의장의 서한은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고,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해당 계획이 중유럽 국가에 유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균형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가디언은 난민 문제를 둘러싼 이 같은 심각한 의견대립은 EU 정상회의에서 EU의 단합을 과시하려던 시도를 무색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투스크 의장도 "이주 문제와 관련해서는 EU는 동과 서로 갈라져 있다"고 인정하면서 "감정이 이성적인 논쟁을 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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