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
지하철에서 여성의 신체를 휴대전화로 몰래 찍은 혐의로 벌금형이 선고된 현직 판사가 법원 업무에서 배제되지 않고 협의이혼 관련 업무를 담당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판사는 징계 절차가 남아 있어 퇴직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7일 법원 등에 따르면 성폭력 처벌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된 서울의 한 지방법원 소속 A판사는 지난달 29일 법원에서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이 내려진 뒤 재판 업무에서 제외됐다.
■사직서 제출했으나 징계위 회부로 퇴직 못해
그러나 A판사는 이혼 당사자 간 협의이혼 의사가 일치, 법원을 방문했을 때 협의이혼 의사를 확인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 관계자는 "A판사가 재판 업무에는 관여하지 않지만 협의이혼 의사 확인 업무를 보는 중"이라며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아직 대법원이 수리를 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최근 A판사는 법원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에 회부돼 징계 결과를 기다리는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은 A판사가 법관의 품위를 손상하고 법원의 위신을 실추시킨 것으로 판단, 징계 수위를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관징계법은 법관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고 품위를 손상하거나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린 경우 1개월~1년간 정직·보수지급 정지, 1개월~1년간 보수 3분의 1 이하 감봉, 견책 등의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통상 소속 법원장이 대법원에 징계를 요청하면 대법원 법관징계위에서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법조계는 성폭력 범죄로 유죄가 인정된 A판사의 징계가 늦어지고 법원 업무에서 제외되지 않은 점은 법원에 대한 국민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을 다루는 판사가 오히려 성범죄를 저질렀는데도 누가 (당사자의) 법원 업무 수행을 신뢰하겠느냐"며 "법관의 품위를 손상한 만큼 빨리 사직서가 수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징계 늦어져 국민 불신 초래"
모 판사는 "A판사가 피해자와 법리적으로 다투지 않고 합의한 점은 죄를 어느 정도 인정한 것인데 이 부분이 판사들에게는 충격"이라며 "사건이 원만하게 정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야당 중진 의원의 아들인 A판사는 지난 7월 오후 서울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휴대전화로 몰래 다른 사람의 신체를 찍다가 시민의 신고로 출동한 역무원에게 붙잡혔다.
A판사의 휴대전화에서는 여성의 치마 아래가 찍힌 사진 3장이 나왔지만 A판사는 "휴대전화 카메라가 자동으로 작동해 찍혔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검찰은 "초범이고 피해자가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해 통상 검찰의 양형기준대로 처리했다"고 밝힌 바 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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