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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첫 난민 출신 의원으로 주목받았던 녹색당 골리즈 가흐라만(36)이 ‘제노사이드 범죄의 옹호자’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2008년 르완다국제전범재판소(ICTR)에서 제노사이드 범죄자들을 변론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법조계 등은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가흐라만을 지지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선거 기간 국제인권변호사 경험을 강조했던 그가 정작 ICTR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밝히지 않은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가흐라만은 2008년 당시 유엔 인턴 변호사로 ICTR에서 사이먼 비킨디 등 제노사이드 범죄자들을 변론했다. 과거 노동당에서 일했던 필 퀸이라는 남성은 지난 28일(현지시간) 트위터로 이같은 사실을 알리며 가흐라만이 비킨디 옆에 서서 웃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르완다 후투족 출신 인기 가수였던 비킨디는 1994년 “투치족은 모두 잡아죽여야 한다”는 노래를 내는 등 제노사이드를 선동한 혐의로 기소됐고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 퀸은 “대량학살을 저지른 이들을 자원해서 변론한 사람은 의원이 될 자격이 없다”면서 “가흐라만은 사퇴해야 한다”고 적었다. 그는 “최악의 살인자들을 옹호했다. 제노사이드를 부인하는 인물이다”라고 가흐라만을 비난했다.
가흐라만은 이날 뉴질랜드헤럴드 인터뷰에서 “제노사이드를 부인했다는 발언은 대단히 모욕적”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이어 “전쟁범죄자를 변론하는 것은 제노사이드를 정당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다”면서 “인권에 기반한 공정한 재판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법조계도 가흐라만을 지지하고 나섰다. “의뢰인의 행동과 변호사의 변론 의무는 별개”라는 것이다. 뉴질랜드 오타고대학의 앤드류 게디스 법학교수는 현지 온라인매체 스핀오프 기고에서 “누군가 제노사이드 혐의로 기소됐다고 해서 곧장 사형에 처하거나 감옥에 가두지는 않는다”면서 “그의 진술을 듣고 판단한 다음에 처벌을 결정해야 한다”고 적었다.
그러나 비난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선거 기간 녹색당은 홈페이지 프로필에서 “아프리카와 헤이그, 캄보디아에서 권력을 남용한 세계 지도자들을 재판에 회부했다”고만 가흐라만을 소개했다. 르완다 전범자들을 변론했다는 사실은 적지 않았다. 현지 유명 언론인 배리 소퍼는 이를 거론하며 “가흐라만은 분명히 전범자들을 기소했다는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실상 그는 르완다 재판에서 80만 투치족을 학살한 전쟁범죄자들을 변론했다”고 비판했다. 현지 방송 뉴스허브의 던컨 가너는 “누구나 변호받을 권리가 있다. 그건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그러나 녹색당은 가흐라만을 마치 천사처럼 치장했다. 가흐라만도 이를 묵인했다”고 비판했다.
가흐라만은 뉴질랜드헤럴드 인터뷰에서 “홈페이지 프로필을 더 명확하게 써야했다”고 일부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거짓은 없었다”고 항변했다. 그는 “전범자들을 변론한 것을 결코 숨기지 않았다. 변론 사실이 부끄럽지도 않다”고 말했다.
가흐라만은 이란-이라크 전쟁이 한창이던 1981년 이란에서 태어났다. 종전 1년여 뒤인 1990년 그의 가족은 이란을 탈출했고, 뉴질랜드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해 난민으로 정착했다. 가흐라만은 유엔과 뉴질랜드에서 인권변호사로 활약했고, 녹색당 비례대표로 지난 9월 총선에 나서 당선됐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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