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아프리카판 '마셜플랜'에 56조원 원조 약속…난민 긴급이주계획도
융커 "아프리카 난민 해결 위해선 경제성장 촉진해야" |
지난 6월 리비아 해안 경비대가 리비아 해안에서 유럽으로 가려던 불법 이민자들을 구조한 모습 [AFP PHOTO / Taha JAWASHI=연합뉴스] |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유럽연합(EU)과 아프리카연합(AU) 정상들이 노예시장에 내몰리고 있는 아프리카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해 아프리카판 '마셜플랜'과 긴급 이주계획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텔레그래프, AP통신 등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U와 AU 정상 83명은 이날 코트디부아르 아비장에서 열린 아프리카연합-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최근 전 세계를 경악하게 한 리비아 난민 노예시장 문제를 비롯한 아프리카 난민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최근 미국 CNN 방송은 '유러피언 드림'을 안고 리비아에 도착한 아프리카 난민들이 밀수꾼들에게 붙잡혀 인간시장에서 수십만 원에 거래되는 장면을 포착해 보도해 충격을 줬다.
EU는 이날 정상회의에서 56조원 규모의 아프리카판 '마셜플랜'을 약속했다. 마셜플랜은 세계 2차 대전 직후 미국이 유럽 재건을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입했던 원조 계획이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장클로드 융커 위원장은 EU가 2020년까지 민간투자에 440억 유로(약 56조4천억원)를 투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아프리카를 위한 대외투자 계획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융커 위원장은 대규모 이주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아프리카의 강력한 경제성장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난민 문제는 테러와 정치적 불안정을 비롯해 현지 정부 기능 미비와 빈곤, 민간투자 부재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위험에 처한 난민들이 피난할 수 있도록 대규모 지원을 하는 방식으로 아프리카와 유럽이 리비아에 갇힌 난민들을 돕기 위한 계획의 윤곽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계획에는 1만천명에 이르는 난민을 리비아에서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는 내용이 담길 수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지난 27일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 있는 임시 수용소에 있는 아프리카 난민 [AFP PHOTO / TAHA JAWASHI=연합뉴스] |
무함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일부 나이지리아인들이 리비아에서 염소처럼 몇 달러에 팔리고 있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면서 리비아를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자국민을 고국으로 데리고 와 재정착을 돕겠다고 밝혔다.
앞서 28일에는 리비아 정부와 유엔 난민 기구가 공동으로 난민 본국송환용 항공편을 늘렸다고 발표했다.
EU와 AU, 유엔은 또 난민, 특히 리비아에 억류된 난민을 돕기 위한 특별대응팀을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비아에는 2011년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 정권이 붕괴하고 나서 중앙정부의 약화로 국경 봉쇄가 약화한 틈을 타 더 나은 삶을 찾아 유럽으로 가려는 아프리카 난민과 이주민이 몰려들고 있다.
매년 수 만 명이 전 재산을 팔아 마련한 돈을 가지고 리비아 국경을 넘지만, 최근 리비아 당국의 단속이 심해지면서 바다로 나아가는 난민선이 확연히 줄었다.
결국, 밀수꾼에게 돈과 몸을 맡긴 사람들은 배를 타지도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노예로 전락하고 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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