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던 업체들 간 합종연횡(合從連橫)이 일단락됐지만 시멘트업계는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다. 올 들어 업계 7위였던 아세아시멘트가 한라시멘트를 인수하면서 3위로 도약하는 등 시멘트업계는 기존 7강 체제에서 3강 체제로 압축됐다. 업계는 경쟁 업체 숫자가 줄어들면서 그동안 만연했던 출혈 경쟁이 어느 정도 잦아들고 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주 수요처인 주택 경기가 위축되고 있고, 시멘트 주원료인 유연탄 가격은 오름세다. 여기에 도심에 있는 시멘트 공장들은 줄줄이 주민들에게 이전 압박을 받고 있다. 반전(反轉)의 계기를 잡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시멘트업계 지각변동 마무리
시멘트업계는 최근 1년 새 인수·합병이 활발했다. 4위 한일시멘트가 6위 현대시멘트를 6221억원에 인수하면서 통합회사는 시장점유율 22.3%로 단숨에 1위로 올라섰다. 기존 1위 쌍용양회는 2위로 밀렸지만 작년 10월 한남시멘트와 합병한 대한시멘트를 계열사로 합류시켜 단일 회사가 아닌 범계열사 전체로는 아직 점유율 1위(24.3%)를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3위 아세아시멘트까지 합쳐 3강(한일·쌍용·아세아)이 시장 60% 이상을 지배하는 구조가 탄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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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업계가 인수·합병을 통해 3강(强) 체제로 개편된 가운데 원재료비 인상, 건물 착공 면적 감소, 공장 이전 압박 등으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삼표그룹 성수 레미콘 공장 전경. /삼표그룹 |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현재 시멘트 적정 가격은 1t당 7만5000원. 그러나 업체들 경쟁이 심화하면서 적정 가격보다 1만원 낮은 6만5000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이제 경쟁 업체가 줄어 시멘트 가격이 정상화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업계 상황은 악화일로(惡化一路)
그럼에도 전망은 밝지 않다. 시멘트업체들은 작년 역대 최장 기간인 72일간 철도 파업으로 운송에 차질을 빚어 712억원가량 손해를 입었다. 여기에 최근 2~3년간 지속된 건설 경기 호조세가 올 하반기부터 꺾이면서 수익성도 나빠지고 있다. 주요 시멘트업체 올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9%, 8.6%씩 하락한 실정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국 주거용 건축물 인허가 면적은 1251㎡로 전년 동기보다 18.3% 줄어들었다. 인허가 면적(1729만7000㎡)도 같은 기간 6.2% 줄었다. 이는 시멘트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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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주원료인 유연탄 가격이 폭등하는 것도 악재(惡材)다. 유연탄은 시멘트 주요 원자재로 시멘트 생산 원가의 30~40%를 차지한다. 올해 5월 1t당 74.2호주달러(약 6만원)였던 유연탄 가격은 8월 98.5호주달러(약 8만1900원)로 치솟더니 현재는 100호주달러에 근접하고 있다.
공장 이전 압박도 위기다. 삼표시멘트와 현대시멘트는 빠르면 2020년, 서울 지하철 1호선 광운대역 인근 시멘트 물류기지를 이전해야 한다. 공장 인근 주민들이 분진과 소음 등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인근 역세권이 개발되면서 골칫덩이 취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시멘트 회사와 연관된 레미콘 공장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삼표시멘트 계열사 삼표산업의 레미콘 공장인 서울 송파구 풍납공장은 최근 백제 풍납토성 복원정비 사업이 시작되면서 공장 이전을 놓고 국토부와 소송을 벌여 최근 2심에서 패소했다. 또 다른 레미콘 공장인 성수공장은 2022년 6월까지 이전·철거하기로 한 바 있다.
한찬수 한국시멘트협회 차장은 "내년부터 건설 경기가 다소 꺾일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라 시멘트업계에서도 고민이 많다"며 "인수·합병으로 일단 덩치는 키웠지만 수익성을 어떻게 확보할지에 대해 아직 뾰족한 해법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image0717@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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