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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요? 그냥 야동처럼 봐요"…'죄책감'은 없었다

머니투데이 남형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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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요? 그냥 야동처럼 봐요"…'죄책감'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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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보는 것도 '디지털 성폭력'이지만 인식 낮아…"내 여동생·누나라 생각해야"]

/삽화=김현정 디자이너

/삽화=김현정 디자이너


# "몰래카메라(몰카)요? 그냥 야동(야한 동영상) 보듯이 보는 건데요." 대학생 김은중씨(가명·21)는 새벽이면 방에서 혼자 성인 동영상 커뮤니티나 사이트 등을 검색한다. 그가 주로 찾는 것은 새로운 몰카 동영상. 연인이나 부부끼리 성관계를 하다가 남성이 몰래 찍은 동영상이 대부분이다. 일반인이라는 생각에 더 자극적이라 찾게된다고 그는 고백했다. 하지만 몰카에 대한 호기심만 있을 뿐, 별다른 죄책감은 없다. 김씨는 "내가 찍은 것도 아닌데 뭐가 문제냐"며 반문했다.

몰카를 찍는 것 뿐 아니라 보는 것도 피해자를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범죄'지만 이에 대한 인식 수준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몰카에 대한 수요가 촬영과 유포를 확산시키는 악순환의 시작이지만 자신이 찍은 것이 아니란 생각에 죄책감이 없는 것. 하지만 몰카 시청자도 디지털 성폭력의 중요한 주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11일 머니투데이가 성인 남성 30명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몰카 영상을 과거에 봤던 응답자는 27명(90%)이었고 이중 21명(77%)은 "몰카를 봤지만 영상에 찍힌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은 별로 없었다"고 답했다. "누군지는 몰라도 영상 속 피해자에게 죄책감이 들었다"고 답한 이는 6명(22%)에 불과했다.

몰카를 보는 것에 대해 죄책감이 없다고 응답한 이들 모두(100%) "몰카를 찍거나 유포하는 행위는 범죄"라고 인식했다. 몰카를 보는 것에 대해서만 관대한 잣대를 가진 것이다.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이 같은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답변이 나왔다. 직장인 최모씨(30)는 "영상에 찍힌 사람이 나랑 관계가 없어서 별로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고, 직장인 김모씨(35)는 "대다수가 보는 것이라 별로 문제될 게 없다고 느꼈다"고 답했다.

하지만 몰카를 보는 것이야 말로 디지털 성범죄의 악순환을 초래하는 주요 축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노선이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활동가는 "몰카를 보는 사람이 없다면 굳이 찍거나 올릴 이유도 없어지는 것"이라며 "보는 사람이 요구하기 때문에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디지털 장의사(인터넷 기록 삭제 전문가)'인 박형진 이지컴즈 대표는 "사생활을 보고 싶은 호기심도 있겠지만 몰카를 보는 것 자체가 문화가 된 것 같다"며 "새롭고 더 자극적인 것을 찾기 때문에 성인 커뮤니티 운영자들도 계속 새로운 것을 올리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로 인한 피해자들의 고통은 심각하다. 박 대표는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몰카를 찍힌 한 여성이 있었는데, 구글에 검색해보니 사이트 200개에 올라와 있었다. 못해도 1만여건 이상은 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죽고 싶다'는 말을 한 번씩은 하고 수치심도 많이 느끼고 일상 생활도 어렵게 될 정도로 고통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실제 몰카 피해자가 '디지털 장의사'에 삭제를 의뢰하며 고통을 호소한 대화 화면./사진=박형진 이지컴즈 대표

실제 몰카 피해자가 '디지털 장의사'에 삭제를 의뢰하며 고통을 호소한 대화 화면./사진=박형진 이지컴즈 대표


노 활동가는 "몰카 피해자들이 가장 먼저 우려하는 것은 누가 봤을까, 얼마나 많이 봤을까하는 것"이라며 "일상 생활 어디서도 안전한 사적 공간이 없다는 것에 큰 불안과 공포를 느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몰카를 보는 것에 대해 현행법상 처벌 등 별다른 제재 조항은 없다. '몰카를 보는 것도 범죄'라는 내용의 캠페인만 진행할 뿐이다.

전문가들은 몰카 피해자에 대한 입장을 고려해, 시청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 활동가는 "몰카 피해가 끊이지 않는 것은 시청자 본인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영상에 찍힌 사람이 단지 몸을 가진 대상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생활하는 구성원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도 "몰카 피해자가 내 여동생·누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학교에서도 인터넷 윤리의식에 대해 깨우치게 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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