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푸아뉴기니 "강제력 동원" 경고…600명, 안전이유 이주 거부
이틀 이내에 대체 거주지로 자발적으로 옮겨가지 않으면 강제로 이주를 시키겠다는 것이다.
파푸아뉴기니 난민시설 수용민에 대한 처우에 항의, 9일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지붕에 올라간 활동가들[EPA=연합뉴스] |
파푸아뉴기니 당국은 9일 마누스 섬 난민시설의 운영이 지난달 31일로 공식 종료됐음에도 대체 거주지의 안전조치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퇴거를 거부하는 이들에게 이런 내용의 안내문을 배부했다고 호주 언론이 보도했다.
파푸아뉴기니 당국은 안내문에서 "여러분들은 이 시설에 남아 있을 법적 근거가 없다"며 위생과 건강, 복지 차원에서도 현재와 같은 조건에서 계속 머무르게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안내문은 또 시설을 둘러싼 담장의 철거가 이날 시작되고 시설 안에 있는 사람들의 안전과 보안도 보장받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이 시설에 남아 있는 약 600명의 난민과 망명희망자들에게는 식량과 전기, 물 공급이 모두 중단됐다. 이들은 모두 남성으로 주로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미얀마, 파키스탄, 스리랑카, 시리아 출신이다.
안내문이 나간 뒤 예고대로 담장이 철거되기 시작한 것으로 언론은 전했다.
시설의 기본 서비스를 회복해 달라는 이들의 요구는 지난 7일 파푸아뉴기니 대법원에 의해 기각된 바 있다.
이들은 임시 거처인 대체 거주지로 옮겨갈 경우 자신들에게 적대적인 현지인들의 폭력이 우려된다며 퇴거를 단호히 거부하고 있으며, 위생과 함께 식량과 식수 여건이 악화하면서 많은 사람이 앓고 있다는 소식도 나오고 있다.
4년 이상 갇혀 있는 이란인 베흐루즈 부차니는 트위터에 "5년 가까이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무력을 사용하는 것은 해법이 아니다"며 "문제를 해결하고 싶으면 우리를 안전한 제3국으로 보내달라"라고 요구했다.
유엔과 인권단체들도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시설의 본래 기능 회복을 요구하고 있지만, 파푸아뉴기니와 호주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한편, 이들에 대한 호주 정부의 처우에 반발하는 활동가 4명이 이날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지붕 위로 올라가 "호주는 잔인하기가 세계 최고"라고 쓴 펼침막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번 시위를 계획한 난민지원단체 WACA는 측은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국제적으로 호주의 상징"이라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점차 난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9일 시작된 파푸아뉴기니 마누스 섬 난민시설의 담장 철거 작업. 난민행동연합(RAC) 제공 [AFP=연합뉴스] |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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