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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레의 난민…경찰 몽둥이질하고 시민 욕설·차량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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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NGO 보고서 "칼레 난민, 과도한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돼"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영국과 맞닿은 프랑스 대서양 연안 칼레 지역 난민 아이들이 경찰과 지역 주민들의 폭력과 위협에 수난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유럽 내 난민 관련 조사를 수행하는 영국의 비정부기구 '난민 권리 데이터 프로젝트'(RRDP) 조사 결과 프랑스 칼레 지역 난민에 대한 현지 경찰의 폭력이 "과도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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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레 난민들 진압하는 프랑스 경찰[AFP=연합뉴스 자료사진]



RRDP가 이날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칼레 일대에 거주하는 난민 700여명은 프랑스·영국 당국의 방관 속에 지역 경찰과 인근에 거주하는 인종차별주의자들에 의한 반복적이고 이유없는 폭력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건너가는 길목인 도버해협 연안의 칼레에는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내전과 가난을 피해 몰려던 난민 6천500여명이 대규모 임시 난민촌 '정글'을 형성하고 있었으나 프랑수 정부는 지난해 10월 이곳을 강제 철거했다.

이후 갈 데 없는 난민들은 계속 이 일대에 남아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RRDP는 12살 미만의 아동을 포함한 미성년자 94명 등 이 일대 난민 233명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했는데 응답자 10명 중 9명은 경찰에 의한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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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되는 칼레 난민촌
[EPA=연합뉴스]



부모 없이 혼자 떠도는 이 일대 미성년 난민 수백명은 숲 속이나 벌판에서 노숙하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영국에 가족이 있어 입국 자격을 갖췄으며 실제로 RRDP가 조사한 미성년 난민의 40%가량도 영국에 가족이 있다고 답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칼레 경찰은 늦은 밤 노숙 중인 미성년 난민의 얼굴에 최루가스를 분사하고 침낭이나 신발을 압수하는 등 경찰에 의한 인권 침해가 심각한 수준이었다.

아프리카 북동부 에리트레아에서 온 16살짜리 소년은 경찰이 몽둥이로 다른 미성년자를 심하게 때리는 광경을 목격했다며 "그 아이가 살아남지 못할 것 같았다. 신체적으로 건강해 보이지 않는 아이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에리트레아 출신의 17살짜리 소녀는 저녁에 경찰이 자신을 순찰차에 태워 칼레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곳에 버려두고 오는 바람에 밤새 두려움에 떨며 3시간 넘게 걸어 칼레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미성년 난민들은 노숙 중 새벽 4시에 경찰이 급습해 최루가스를 쏘고 침낭에도 최루액을 분사해 다시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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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칼레에 체류하는 이주민들[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16세 소년은 "경찰이 내 얼굴에 최루가스를 뿌리고 담요를 빼앗고 어떤 날은 신발을 빼앗기도 했다"며 "몽둥이로 때리기 시작하면 아이들은 도망쳐야 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아동은 경찰의 심한 매질에 다리가 부러지거나 허리를 다치기도 했다.

이들을 괴롭히고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 것은 경찰뿐만이 아니다.

RRDP 보고서에 따르면 칼레 인근 주민도 난민을 대상으로 이유 없는 공격을 퍼붓는 사례가 많았는데 조사에 응한 난민의 82.4%는 지역 주민의 인종차별적 폭언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3분의 1 이상은 지역 주민들로부터 물리적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한 20세 남성은 칼레 주민이 자신을 향해 화분을 던진 적이 있다고 답했고 지나가던 차량에서 던진 유리병에 맞은 사례들도 있었다.

에리트레아에서 온 19세 남성을 비롯한 여러 난민은 지역 주민의 차량이 자신들을 향해 돌진하는 경우도 수차례 있었다고 전했다.

RRDP 대표 마르타 위랜더는 "경찰의 폭력과 위협이라는 당국의 접근법은 지속 불가능한 상황을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mong07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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