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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웹툰 `야공만` 작가, 만화수익으로 염소사는 이유는?

매일경제 김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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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웹툰 `야공만` 작가, 만화수익으로 염소사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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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야밤의 공대생 만화`페이스북 페이지]

[사진제공 : `야밤의 공대생 만화`페이스북 페이지]


'야밤의 공대생 만화(이하 야공만)'로 인기를 얻고 있는 맹기완 작가(26)의 이력은 특이하다. 그는 서울대 공대 재학시절 야밤에 심심해서 학교커뮤니티에 만화를 그려 올렸다고 한다.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지난해 2월 페이스북 페이지도 개설했다. 현재 5만7000여 명이 이 페이지의 소식을 받아보고 있으며, 만화가 올라올때 마다 '좋아요' 숫자가 몇 천은 거뜬하다. 페이지 개설 이후 언론매체에도 연재했다. '야밤의 공대생 만화(이하 야공만)' 올해 7월 책으로도 발매돼 과학만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 1쇄 출판 수익금을 모두 염소를 사는데 써버렸다던 맹 작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야밤의 공대생 만화`책 표지 [사진제공 : 뿌리와 이파리]

`야밤의 공대생 만화`책 표지 [사진제공 : 뿌리와 이파리]


Q)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야밤의 공대생 만화'를 그리는 맹기완이라고 합니다! 본업은 공대생입니다. 공부보다는 노는 데 관심이 많아서 음악공연도 자주 보러 다니고요. 공부 빼고 다 좋아합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감성남 맹기완 작가[사진제공 : 맹기완 작가]

음악을 좋아하는 감성남 맹기완 작가[사진제공 : 맹기완 작가]


Q)올해 여름 '야밤의 공대생 만화'로 작가 데뷔를 하셨는데 야공만은 어떤 만화인가요?

-야공만은 공학자·과학자들의 이야기입니다. 기존의 교육만화와 다른 점은 재미에 '몰빵'했다는 것 정도? 재미가 95%라면 과학은 5% 정도랄까요. 학습 만화라기보다는 과학자를 소재로 한 웹툰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자녀에게 제 책을 사 주시는 부모님들을 종종 보지만요. (아아, 난 몰라. 책임 안 져.)

'야공만'은 이런 만화다. [사진제공: '야밤의 공대생 만화' 페이스북 페이지]

'야공만'은 이런 만화다. [사진제공: '야밤의 공대생 만화' 페이스북 페이지]


Q)서울대를 갈 정도면 공부만 했을 것 같은데 어쩌다가 만화를 그리게 되셨나요?

-어릴 적부터 하루에 만화를 10권씩 읽을 정도로 만화 마니아였어요. 초등학생 때는 연습장에 만화를 그렸는데 반 친구들에게 엄청 인기 있었어요.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라 놀거리가 부족해서 그랬나 봐요. (내 만화라도 봐야 했던 친구들 불쌍해, 아아.)

본격적으로 그리게 된 계기는 대학생 때였는데요. 아이패드용 3만원짜리 터치펜을 샀는데 딱히 쓸 데가 없어서 옛 추억을 살려 만화를 한번 그려봤어요. 학교 커뮤니티에 올렸는데 예상외로 인기가 너무 좋아서(흐뭇) 신나서 계속 그리다 보니 박수칠 때 떠나지 못하고 아직도 하고 있습니다.

Q)현재 미국에 계신 걸로 알고 있어요.

[사진제공: `야밤의 공대생 만화` 페이스북 페이지]

[사진제공: `야밤의 공대생 만화` 페이스북 페이지]


-그러게요. 왜 왔지? 망했어요. 잠시 눈물 좀 닦고요. 미국엔 작년 여름에 박사과정 공부하려고 왔어요. 지금은 피츠버그에 있는 카네기멜론 대학교에서 컴퓨터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아이 즐겁다. 행복하다! 피츠버그 놀러 오시면 밥 사드려요.


Q)박사과정의 고된 일정 속에서도 책을 내고 계속해서 만화작업을 하는 이유가 뭔가요?

-사실 지금도 학회 준비로 너무 바쁜데 말이죠. 무리해서 책도 내고 만화도 계속 그린 이유는 제 파릇파릇한 20대 끝물에 미국 시골에 갇혀 공부만 하고 싶진 않았거든요. 아까 말한 것처럼 공부를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만화를 그리면서 좌뇌를 가끔 쉬어줘야 연구도 더 잘되고 뭐 그런. 근데 과학 담당하는 뇌가 좌뇌 맞나?

Q)만화 그리는 공대생도 특이한데 만화 수익금으로 '염소'를 산다고 들었습니다.

-제 고향은 대전 변두리의 시골이었는데 재개발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며 '고오급' 빌라와 텃밭이 혼재하는 격동기를 겪었습니다. 이 때문에 친구들의 가정환경에 격차가 엄청 심했어요. 당연하게도 가정환경이 좋은 아이들이 성적도 좋았고 대학도 잘 갔다는 걸 느꼈죠. 사회 탓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요. 이로 인해 누군가는 이득을 누군가는 손해를 보죠. 아프리카는 그런 경제적 불평등의 극단에 있잖아요. 똑똑하고 재능이 뛰어나도 빈촌에 태어나서 필수 교육도 못 받으면 별수 없는 거잖아요. 뭘 잘못한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미미하게라도 돕고 싶어서 만화 수익금으로 아프리카에 염소를 기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제가 아프리카에 염소 좀 보낸다고 불평등함이 확 줄진 않겠지만요.

[사진제공: `야밤의 공대생 만화` 페이스북 페이지]

[사진제공: `야밤의 공대생 만화` 페이스북 페이지]


Q)이제까지 염소는 몇 마리나 보내셨나요?

-구체적으로 집계는 안 해봤지만 1쇄 완판 후 수익금 전부와 학교 커뮤니티에서 받은 원고료로 염소를 보냈어요. 대략 100마리쯤 되지 않을까 추산합니다.


Q)공대생들이 보기에도 과학지식뿐 아니라 야사(野史)에도 빠삭하다는 평이에요. 과학 공부 엄청 하셨나 봐요.

-과학 싫음. 논문읽기 싫으다. 과학이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원리를 이해하고 배우는 걸 좋아해요. 막 공식 배우고 문제 풀면 신기하잖아요(?), 추리소설도 엄청 읽어요. 막 복잡한 걸 봐도 그냥 풀고 싶어요.

'야공만' 일부 이미지 갈무리 [사진제공: '야밤의 공대생 만화' 페이스북 페이지]

'야공만' 일부 이미지 갈무리 [사진제공: '야밤의 공대생 만화' 페이스북 페이지]


Q)전형적인 과학자 DNA를 타고 나신 것 같습니다. 야공만엔 다른 데서 볼 수 없는 과학이야기가 많아요.

-야사는 수업시간에 교수님들 이야기나 과학 교양서를 읽다가 알게 된 것들이에요. 찾는다기보다는 원래 알고 있던 것들인 거죠.(출처: 내 머릿속) 아는 이야기들은 조사하고 사실 확인해서 그립니다. 요즘은 머릿속 소재가 고갈돼서 제보가 많이 필요합니다. 제보 좀 주세요.

Q)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아무 생각이 없지만 더욱더 격렬하게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싶네요(한숨). 사실 요새 연구가 너무 바쁘고 개인적으로 타지 생활을 하며 받는 스트레스도 무척 심해요. 그래서 만화를 제대로 못 그리고 그려도 만족스러운 수준이 안 나와요. 그래도 재밌게 봐주시는 분들이 있어 노력해볼 생각입니다. 생각해둔 차기작도 많아요. 한가해지면 그려보고 싶은 게 많아요.(그리고 그는 평생 한가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사진제공: `야밤의 공대생 만화` 페이스북 페이지]

[사진제공: `야밤의 공대생 만화` 페이스북 페이지]


Q)필명은 왜 '치킨무'인가요? 저는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이 좋던데요.

-학교 커뮤니티 가입할 때 아무 생각 없이 만든 건데 사실 좀 부끄럽네요. 양념 반 후라이드 반 먹고싶다! 그립다 한국!

[사진제공: `야밤의 공대생 만화` 페이스북 페이지]

[사진제공: `야밤의 공대생 만화` 페이스북 페이지]


[디지털뉴스국 김제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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