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 “근본 문제 해결 안돼” 하소연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말도 마세요. 소문은 예전부터 돌았지만, 요즘에는 진짜 몰카범까지 나타났다는 얘기에 화장실도 잘 안 가려고 해요”
잇따른 몰카 논란으로 홍역을 겪고 있는 서울 광진구 동서울터미널에서 일하고 있는 종업원 이모(25) 씨는 요즘 2ㆍ3층 화장실 대신 1층 화장실만 이용한다고 답했다. 동성애를 암시하는 낙서가 많은데다 불법 촬영이 자주 벌어진다는 소문 때문이다. 이 씨는 “얼마 전 경찰들이 몰카 단속에 나서 카메라가 없다고 했지만, 불안하다”며 “지금도 화장실에 각종 낙서와 스티커가 붙어 있다”고 했다.
동서울터미널 화장실에 붙은 경찰의 몰카 범죄 경고 문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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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직접 찾아가본 동서울터미널 화장실에는 여전히 퇴폐 유흥업소 광고와 성적인 내용이 담긴 낙서가 가득했다. 최근 몰카 논란에 경찰이 화장실 칸마다 몰카 경고 스티커를 붙여놨지만, 스티커 위에 다시 유흥업소 광고가 붙어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화장실에 붙어 있는 광고지는 대부분 ‘남성 사우나’ 또는 ‘찜방’으로 불리는 동성애 유흥업소 광고로, 전화번호와 함께 선정적인 문구가 쓰여 있었다. 해당 전화번호로 전화를 시도해보니 한 업소는 “스티커를 보고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며 “스티커를 보고 전화를 건 사람들에게 주소를 알려주는 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동성애 성지’로까지 불리며 동서울터미널 화장실이 논란이 되자 인근 상인들은 시름에 잠겼다. 같은 건물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50) 씨는 “몰카 찍지 말라는 스티커만 붙이면 어떡하느냐”며 “관리나 단속이 전혀 안된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화장실 벽면은 지나친 낙서와 광고지 때문에 주기적으로 페인트칠을 새로 하고 있지만, 다시 그 위에 광고지가 붙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한 가게 점원은 “3층 남자화장실의 경우에는 군 장병 라운지가 있고 인적이 드물어 동성애 관련 광고 등이 더 심하게 붙는다”며 “터미널에서 스티커와 낙서를 떼다 못해 아예 페인트를 새로 칠하지만, 그때마다 다시 생긴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에 검거된 몰카범 소문이 퍼지면서 터미널 내 분위기는 더욱 침체됐다. 상인들은 “구멍이 뚫린다는 소문이 돌면서 아예 벽면을 철제로 바꾼 지 오래”라며 “그럼에도 화장실을 사용할 때마다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일부에서는 “경찰이 스티커만 붙이고 추가 대책을 내놓지 않아 문제가 반복되는 것 같다”며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동서울터미널 화장실 논란에 대해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순찰을 돌고 있다”며 “최근 논란이 된 화장실에 대해서도 자주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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