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발각 후 무단결근 중…경찰, “추가 촬영 수사 중”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회식자리 때 여자 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여직원들의 사적 행동을 훔쳐본 대기업 간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모 그룹 금융계열사인 H 보험사 과장 A 씨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1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8월 말 서울 여의도 인근에 있는 한 식당 여자 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회사 직원들과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해당 식당에서 H 보험사의 팀 회식이 진행되던 도중 한 종업원이 여자 화장실에서 몰래카메라를 발견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예약을 하러 왔던 손님 중 한 명이 오랜 시간 동안 화장실에 있었던 점이 수상하다”는 종업원의 증언을 바탕으로 A 씨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경찰이 추궁하자 A 씨는 결국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당일 회식에 앞서 “식당 자리를 미리 예약하겠다”며 이른 오후에 식당으로 향해 여자 화장실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지난 6월부터 10여 차례에 걸쳐 회식이 열린 식당뿐만 아니라 회사 워크샵이나 세미나가 진행되던 리조트 내 여자 화장실에도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몰카 촬영본에는 회사 여직원들은 물론 다른 손님들까지 촬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성적 호기심에 범행을 저질렀다”며 혐의를 대부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장의 ‘몰카 행각’이 밝혀진 직후 여직원들은 경찰 수사와 별개로 A 씨를 성폭력 범죄 특례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직원들은 평소 회식에 앞서 늘 먼저 회식 자리에 가 있던 과장을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소장에는 A 씨가 여직원들의 개인 책상 아래에도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밝혀진 몰카 촬영 건 외에 또 다른 촬영본이 있는지 계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건이 수면 위로 오른 직후 A 씨는 부랴부랴 회사 측에 희망퇴직을 신청했지만 사 측은 징계를 이유로 A 씨의 희망퇴직을 거부한 상태다. 현재 A 씨는 열흘 넘게 무단결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H 보험사 관계자는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A 씨에 대한 인사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며 “A 씨가 무단결근 중인 만큼 징계 수위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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