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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EU서 가난한 나라 쫓아내고 난민 차단”… ‘동성애 반대’ 극우정당 이끄는 동성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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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D 공동대표 알리체 바이델

글로벌기업 골드만삭스 등서 일해… “나는 자유주의 성향” 자처하면서 국수주의 노선 따르는 ‘모순덩어리’

“메르켈 미쳤다는데 전적 동의” 독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초로, 그것도 100석에 육박하는 의석수로 극우정당을 화려하게 국회에 데뷔시킨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알리체 바이델 공동대표(38)는 이력과 행동이 서로 ‘모순 덩어리’다.

바이델은 옛 서독 지역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출신으로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글로벌 금융기업인 골드만삭스와 알리안츠에서 전문가로 일했다. 국수주의와 반(反)자유주의 노선을 따르는 극우정당과는 잘 맞지 않는 이력이다. AfD 지지층은 상대적으로 낙후된 동독 출신 지지자가 많다.

바이델은 스스로를 ‘자유주의 계층’이라고 부르지만, 그가 펴는 주장은 “유럽연합 회원국 자격은 유지하되 그리스를 비롯한 가난한 국가는 다 쫓아내고, 주요 난민 이동로인 리비아에서 유럽으로 오는 해상 루트를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국수주의 성향이 강하다.

동성애에 반대하는 정당을 이끄는 동성애 여성 당수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독일 의회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찬성으로 올 6월 동성애 결혼 합법화를 가결하자 AfD는 독일 가족 가치가 사망했다고 ‘부고’를 냈다. “동성애 합법화에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이델은 스리랑카 출신의 스위스 여성 영화제작자인 사라 보사르와 함께 살며 두 명의 입양 자녀를 둔 레즈비언 엄마다.

그는 독설로도 유명하다. 특히 유럽에서 가장 센 여성인 메르켈 총리를 향한 독설은 거침이 없다. 그는 “트럼프는 메르켈이 미쳤다고 했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고도 했고, 그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이메일에서는 독일 정부를 ‘돼지’라고 부르며 “2차대전 전승국의 애완동물이나 다름없다”고 쏘아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그는 주류 언론과 자주 마찰을 빚어왔다. TV 토론 출연 후 진행자를 향해 “편파적이고 미숙하다”고 공격하고, 선거를 코앞에 두고 난민에게 적대적인 그는 정작 스위스에서 지내면서 시리아 난민을 불법으로 가사도우미로 썼다는 보도가 나오자 “가짜 뉴스”라며 반발했다.

올해 4월 AfD의 지도자가 될 때만 해도 금발에 깔끔한 외모의 그를 ‘얼굴마담’이라며 폄하하는 보도도 많았지만 그는 이번 총선에서 이민 문제를 총선의 최대 이슈로 끌어올리며 예상 밖 선전으로 정치적 역량을 증명했다.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알렉산더 가울란트가 76세의 고령임을 감안할 때 당분간 바이델이 AfD의 주축 세력으로 ‘반메르켈’의 선봉에 설 것으로 보인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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