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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구해줘' 조성하 "탈색 16번…교주役, 희망이었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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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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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기도로 시작할까요?”

배우 조성하가 자신의 캐릭터를 흉내 냈다. 그의 농담에 인터뷰는 웃음으로 시작됐다. 거듭된 탈색에 두피 염증이 생겨 모자를 푹 눌러썼지만 표정은 밝았다.

조성하는 24일 종방한 케이블채널 OCN 토일 미니시리즈 ‘구해줘’(극본 정이도·연출 김성수)에서 사이비 종교 구선원의 교주 백정기 역을 맡았다. ‘구해줘’는 사이비 종교를 중심으로 사회의 이면을 담는다. 타고난 말재주로 사람들을 홀리고 악행을 일삼는 백정기는 악의 축이었다.

◇실제 인물 모티브…화장 디테일까지

시작은 독특한 캐릭터에 대한 끌림이었다. 조성하는 “중년 배우가 맡는 역은 한정적이지 않나. 깊이 있게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 신나게 연기했다”고 말했다.

적잖은 희생도 있었다. 조성하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하얀 정장을 두 벌 맞추고, 탈색을 거듭해 백발로 만들었다. 촬영 기간 동안 머리카락이 조금씩 자라 종영까지 탈색만 16번했다. 두피 화상을 남겼다. 그는 “평생 만날까 말까 하는 역할을 만났는데 성의 없이 할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백정기의 기괴한 분위기는 조성하의 섬세한 연기로 빚어졌다. 관련 시청각 자료를 섭렵했고, 목소리·화술·화법을 연구했다. 예배 집도 장면에선 무게감을 주고자 마이크 사용을 고집했고, 극 전개에 따라 메이크업을 조금씩 과장했다. 그는 “실존 인물을 참고했다. 그 모습이 강렬한 인상으로 기억에 남아있었다”고 말했다.

◇죽음 결말…“되살려줬으면” 너스레

‘구해줘’는 방영 내내 ‘고구마 드라마’라 불렸다. 드라마 속 답답한 상황이 마치 퍽퍽한 고구마를 먹는 기분과 같다는 뜻이다. 그는 “현실은 더 끔찍하다”고 말했다.

“사이비 종교에 아픔이 있는 사람들에겐 하루아침에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답답한 게 현실이죠. 사이비 집단에 빠진 사람들은 쉽게 나오지 못해요. 그런 답답함이 오히려 시청자를 모은 힘인 것 같습니다.”

백정기는 스스로 신(神)이라 착각한 채 불에 타 생을 마감한다. 조성하는 “그렇게 살려달라고 애원했건만…”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백정기의 죽음은 속 시원한 결말 같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특정 사이비 종교 집단이 없어진다고 해서 근절되지 않아요. 모습을 바꿔 또 싹을 틔우죠. 지속적으로 경계해야 합니다. ‘구해줘’를 통해 주변을 향한 섬세한 관찰력을 키우자는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중년배우 역할 다양했으면”

서울예대 연극과 출신인 조성하는 2004년 영화 ‘미소’로 대중매체에 문을 두드렸다. 영화 ‘황해’(2010)로 대종상영화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기까지 오랜 기간 무명 배우로 지냈다. 생활고로 연기를 포기하고 싶을 때 아내의 위로가 큰 힘이 됐다. 이후 KBS2 ‘왕가네 식구들’(2013) 등으로 ‘꽃중년’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그럼에도 그는 “거의 20년을 쉬었으니 신인배우”라고 농담을 했다.

조성하는 인터뷰 내내 “좋은 중년 배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양한 캐릭터에 대한 갈증이 느껴졌다. 출세작인 ‘황해’ 등 악역과 인연이 깊다는 말에 그는 2030세대 중심인 콘텐츠 시장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요즘 드라마·영화는 젊은 주인공과 나이든 악역으로 인물이 구성됩니다. 유행도 좋지만, 다양한 접근이 있으면 합니다. 콘텐츠의 다양성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구해줘’의 백정기는 저에게 희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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