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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로베르트 엔케, 어린 딸 죽음에 극심한 우울증 겪어…극단적인 선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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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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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박혜미 기자] '서프라이즈' 로베르트 엔케의 사연이 안방극장을 눈물짓게 했다.

24일 방송된 MBC '서프라이즈'에서는 축구 선수이자 한 가정의 아버지였던 로베르트 엔케의 죽음, 그 사연이 공개됐다.

독일 하노버에서 차에 탄 채 기차에 치여 사망한 남자. 그는 32살의 로베르트 엔케로 수많은 축구 팬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독일의 유명 골키퍼였다.

13년 전 1996년 혜성처럼 등장한 로베르트 엔케. 그는 독일 골문을 책임질 골키퍼 유망주로 2002년 FC바르셀로나에 스카우트 됐지만 주전경쟁에서 밀리며 극심한 슬럼프를 겪게 됐다. 하지만 2년 후 다시 독일로 복귀한 그는 하노버96에서 맹활약을 펼쳤고 2007년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에 발탁됐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출전을 앞두고 있던 그. 하지만 그가 돌연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독일 전역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가슴을 더 아프게 한 것은 그가 큰 아픔을 딛고 일어선 선수였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004년 로베르트는 아내와의 사이에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 라라를 얻게 됐다. 그 후는 딸 바보로 유명할 정도로 라라를 아꼈는데 그러던 어느 날 로베르트는 라라가 대동맥폐쇄증이라는 앓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대동맥폐쇄증이란 팔 다리 장기 등 온몸에 혈액을 공급하는 대동맥에 이상이 있는 질병. 생존 확률이 극히 희박한 병이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라라를 헌신적으로 간호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틈틈이 함께 축구장을 찾아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밝은 미소도 잃지 않았다. 하지만 라라는 약물 부작용으로 청력이 손상되고 상태가 점점 악화되어만 갔다. 그러다 결국 2006년 라라는 두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세상의 전부였던 딸의 죽음에 로베르트는 독일 월드컵 출전까지 포기하며 깊은 슬픔에 빠졌다. 이에 많은 사람이 그를 걱정했지만 그는 몇 달 후 그라운드에 복귀했고 전과 다름없는 기량을 선보였다. 하노버96 감독 역시 "그가 시련에 강한 사람"이라고 말할 정도로 로베르트는 팬들 앞에서도 언제나 밝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사망하자 사망 원인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다. 그런데 조사 과정에서 뜻밖의 사실이 알려졌다. 로베르트가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것. 라라의 죽음이 그 이유였다. 아내에 따르면 그는 딸의 죽음 이후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고 했다.

2009년 부부는 생후 2개월 된 아이를 입양했고 다시 힘을 내 살아보려고 애썼지만 잠시 호전되는 듯 보이던 로베르트의 우울증은 시간이 흐르며 점점 더 심해져만 갔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진지 얼마 되지 않아 뜻밖에도 그가 남긴 메모가 발견됐다. 메모가 발견된 곳은 딸 라라의 무덤이었다. 그는 무덤 옆 돌 위에 "라라, 곧 아빠가 갈게"라는 말을 적어놨었다. 로베르트는 홀로 딸의 무덤을 보고 돌아가는 길에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 것이었다.

그렇게 우울증으로 세상을 등진 골키퍼 로베르트 엔케. 이후 홈구장에서 치러진 로베르트의 장례식에는 선수들은 물론 5만 명의 팬들이 죽음을 애도함과 동시에 독일 거리 곳곳에서 대규모 추모 행사까지 열렸다. 그가 사망한 지 8일 후 열린 독일과 코트티부아르 친선 경기에서 독일 축구 선수들이 등번호 1번이 새겨진 그의 유니폼을 벤치에 놓아두었으며 상대팀 코트티부아르 선수들 역시 그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추모에 동참했다.

세상을 떠난 딸을 잊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로베르트 엔케. 그의 소속 팀은 이러한 일이 또 다시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 우울증이 걸린 선수들을 위한 재단을 설립했으며 독일 국가대표 선수들은 남아공 월드컵 출전 수당을 전부 이 재단에 기부했다고 한다.

박혜미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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