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화장실 수색 빈번…“화장실 무서워” 이용 주저
-공포심에 가짜 ‘탐지 앱’ 사용…엉뚱한 신고도 늘어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지난달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이 있는 504동은 때아닌 ‘몰카’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은 지난달 11일 한 여학생이 화장실에 들어가려다 여자화장실 안에 있는 한 남학생을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여학생이 곧장 학교 내 청원경찰에 해당 사실을 알리면서 학생들 사이에서는 “여자화장실에 몰카를 설치하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는 내용의 소문이 퍼졌다.
신고를 접수한 학교는 진상조사에 나서는 동시에 서울시 여성 안심보안관과 함께 건물 전체를 대상으로 몰래 카메라 수색에 나섰다. 대대적인 수색에도 몰래 카메라는 나오지 않았지만, 해당 건물을 이용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한동안 화장실 이용을 주저하는 등 몰카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학교 측은 이후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해당 남학생이 성범죄를 저지르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판단하고 구두경고 및 주의 조치를 내렸다. 학생회 관계자는 “신고자가 처벌 불원 의사를 전한데다 CCTV 조사 결과 성범죄 관련 정황이 발견되지 않아 구두경고 조치로 마무리됐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의 적발 건수는 5170건에 달했다. 지난 2011년(1535건)과 비교하면 3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특히 대학가는 주요 몰카 피해 지역으로 꼽힌다. [사진=헤럴드경제DB] |
대학가의 몰카 공포는 비단 서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달 초 서울의 한 사립대학에서는 화장실에 카메라가 설치된 것 같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돼 학교와 보안업체가 일주일 동안 학교 내 모든 화장실을 점검하는 일도 벌어졌다. 해당 학교에서도 실제 카메라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학생들은 대자보를 붙이며 몰카 공포에 화장실 이용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 세태를 비판했다.
몰카 범죄는 한 번 영상이 유출되면 피해를 복구할 방법이 없어 더 무섭다. 몰카 공포에 시달리는 학생들도 언제 자신이 인터넷 몰카 동영상의 피해자가 될지 모른다는 점이 가장 무섭다고 답했다. 대학생 유모(24ㆍ여) 씨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화장실 이용하기가 무서울 정도”라고 말했다.
대학도 최근 늘어나는 몰카 범죄에 골머리를 앓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총학생회 차원에서 직접 몰카 수색에 나서는가 하면 보안업체와 연계해 주기적으로 점검에 나서는 대학도 상당수다. 한 대학 관계자는 “요즘 몰카 범죄에 대한 뉴스 등이 자주 나오면서 학생들이 이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학교 화장실에 몰카가 있는 것 같다는 제보도 요즘 들어 많이 들어오고 있어 학교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의 적발 건수는 5170건에 달했다. 지난 2011년(1535건)과 비교하면 3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특히 대학가는 주요 몰카 피해 지역으로 꼽힌다. 실제로 지난 7월에는 여장까지 하며 서울의 한 대학교 여자화장실에 숨어 몰카를 찍던 남성이 한 달 만에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대학가 몰카 공포가 점차 커지며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몰카 공포와 함께 확인되지 않은 ‘몰카 탐지 앱’ 등이 인기를 끌면서 잘못된 소문이 퍼지는 사례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 기능을 못하는 탐지기나 애플리케이션이 무분별하게 사용되면서 엉뚱한 신고가 접수되는 경우도 많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 스마트폰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몰카 탐지 앱 등은 실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몰카가 의심될 때는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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