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푸는 고강도 초음파로 생긴 열을 이용해 암세포를 응고·괴사시킨다. 서울하이케어의원 김태희 원장이 하이푸 시술을 하는 모습. 프리랜서 조상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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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간암 치료법
간암은 암의 진행 정도와 간 기능, 전신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법을 결정한다. 완치를 위해선 간암 부위를 떼어내는 절제술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러나 절제술이 가능한 환자는 10~20%에 불과하다. 간 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거나 다른 장기로 암이 전이된 경우가 많아서다.
이들은 간동맥 색전술이나 방사선·항암 치료 등 비수술 치료법을 시도하게 된다. 비수술 치료법을 결정할 때도 제약이 많은 편이다. 색전술은 간 기능이 나쁘지 않고 전이가 없어야 시행할 수 있다. 항암·방사선 치료는 부작용이 흔하고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치료를 끝까지 견디기 힘들다.
4년 전 간암 진단을 받은 문모(47)씨가 대표적이다. 대학병원에서 간동맥을 막아 혈액 공급을 차단한 뒤 항암제를 투여해 암세포를 죽이는 색전술을 여섯 번이나 받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지난해에는 두 차례에 걸쳐 항암치료를 진행했으나 암이 폐까지 번졌다. 치료를 포기한 채 지내다 지난 3월 객혈과 기침 증상이 심해져 다른 병원을 찾았다.
그를 치료한 서울하이케어의원 김태희 원장은 “하이푸 시술과 동맥 내 항암술을 병행한 결과 암의 크기가 줄고 증상이 완화됐다”며 “문씨는 요즈음 등산과 골프를 즐길 만큼 건강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특히 치료 전후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비교했더니 폐 좌엽에 전이된 암 조직의 크기가 9.5㎝에서 3㎝로 줄었다. 이 치료 사례는 지난 7월 중국 충칭에서 열린 제3차 ‘최소침습 및 비침투성 양쯔 국제 포럼’에서 발표됐다.
절제술 적용 가능한 환자 10~20%
하이푸는 높은 강도의 초음파를 한 점에 집중시킬 때 발생하는 열을 이용한다. 고강도의 초음파를 암세포에 집중적으로 쏘면 온도가 섭씨 65~100도로 상승해 암세포가 괴사한다. 열에 의해서만 암세포가 사멸하는 건 아니다. 고강도의 초음파가 암세포에 닿을 때 발생하는 강력한 진동으로도 암세포가 파괴된다.
환자는 하이푸 기기에 편안한 자세로 엎드린 채 1~2시간 동안 치료를 받는다. 이때 의사는 초음파 영상을 보며 계획한 대로 암 조직이 잘 괴사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김태희 원장은 “하이푸 시술은 피부를 절개하지 않는 데다 체력 소모가 적어 방사선·항암 치료를 견딜 수 없는 환자에게 시행할 수 있다”며 “다만 하이푸로 암을 치료할 때는 피부 화상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시술하는 의사의 숙련도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피부 절개하지 않는 비수술 요법
이런 특성을 이용한 것이 ‘동맥 내 항암술’이다. 문씨의 경우 폐로 전이된 암세포를 치료하는 데 동맥 내 항암술을 활용했다. 먼저 사타구니에 있는 동맥을 통해 가늘고 긴 관을 삽입한다. 이를 기관지 동맥까지 올려 보낸 다음 신생 혈관 억제제와 항암제를 주입한다.
동맥 내 항암술은 색전술의 개념을 차용해 발전시킨 치료법이다. 예컨대 간동맥 색전술은 혈관을 막는 색전 물질을 넣어 암세포로 가는 동맥을 완전히 차단하고 항암제를 주입해 암을 괴사시킨다. 그러나 간동맥을 영구적으로 막기 때문에 통증이 생기거나 간 기능의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반면 동맥 내 항암술은 동맥이 아닌 전이된 암세포 주변에 생긴 신생 혈관 생성을 차단한다.
이와 동시에 혈류를 통해 항암제를 분사하기 때문에 항암치료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김태희 원장은 “하이푸 시술과 동맥 내 항암술을 병행하면 상호 보완 작용을 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말기 암이라고 해서 포기하지 말고 환자 상태를 고려한 맞춤 치료를 받으면 회복과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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