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물질로 인해 폐포에 염증
금세 숨 차고, 기침·가래 잦아
사망률 세계 3위, 국내 7위 질환
명의 탐방│건국대병원 유광하 천식·COPD센터장
병만 고치면 ‘소의(小醫)’, 사람을 고치면 ‘중의(中醫)’, 사회를 고치면 ‘대의(大醫)’라고 했다. 증상보단 환자를 보고 사회의 인식까지 바꿀 수 있는 의사가 훌륭한 의사라는 의미다. COPD(만성 폐쇄성 폐 질환) 진료가 그렇다. 중의와 대의의 역할이 절실한 분야다. 환자의 인식이 부족해 병원 문턱이 여전히 높고, 환자는 치료법을 제대로 따르지 않는다. 건국대병원 유광하 천식·COPD센터장은 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치료 순응도를 높이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그 노력은 고스란히 진료와 연구, 환자 교육에 녹아 든다.
유광하 천식·COPD센터장은 COPD의 낮은 조기 발견율과 치료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 환자 교육에 열정을 쏟는다. 이 열정은 환자의 믿음과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진다. 장석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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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D는 독특한 질환이다. 심각하지만 사람들이 심각성을 모른다. 그래서 증상이 있어도 병원을 잘 찾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사망률이 세 번째로 높은 질환이다. 단일 질환으로는 가장 높다. 국내 사망률도 7위에 해당한다. 회복되지 않고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지만 환자가 관리에 소홀하다.
이유는 있다. COPD는 흡연 등 유해 물질이 기관지를 드나들면서 폐포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폐 기능이 전반적으로 떨어져 숨이 차고 기침·가래가 생긴다. 증상이 생기면 환자는 호흡에 행동량을 맞춘다. 몸은 게을러지고 증상은 숨겨진다. 유광하 센터장은 “폐 기능이 50%까지는 괜찮은데 이보다 떨어지면 숨이 차고 괴로워진다. 빨대나 커피스틱으로 숨을 쉬는 느낌”이라며 “결국 악화된 뒤 COPD 환자의 6~7%만 병원을 찾는다”고 했다.
조기진단 방법 찾는 연구에 몰두
두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증상 유무나 병원 내원 여부와 관계없이 나이(40세 이상)와 흡연력(10년 이상)만으로도 COPD를 의심할 만한 요소가 충분하다는 것을 뜻한다. 유 센터장은 “두 연구의 결과가 같았다는 것은 폐 기능 검사가 증상이 있어야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특정 나이와 흡연력에 해당하기만 해도 검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결과는 COPD의 조기 발견을 위해 폐 기능 검사를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믿음 주는 교육으로 치료율 높여
유 센터장은 교육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환자가 외래 방문 시 흡입제를 지참하도록 한다. 그리고 진료 중 환자 본인이 사용하도록 한다. 직접 사용법이 틀린 분을 지적해 교정하고 급성 악화 시 행동요령까지 세세히 일러준다. 진료실을 나서면 교육 프로그램으로 재확인한다. 건대병원을 찾는 COPD 환자의 순응도가 높은 이유다. 이를 반영하듯 건대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실시한 두 차례의 COPD 적정성 평가에서 모두 1등급을 받았다.
유 센터장이 환자에게 확신과 믿음을 줄 수 있는 바탕은 연구에 있다. 그는 10분간 압축해서 제대로 교육하는 시스템을 갖추면 2주 간격으로 세 번 교육하는 것과 유사하게 확실한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그는 “환자에게 확신에 차서 단호하게 치료법을 알려준다”고 했다. 의사의 미묘한 표정과 행동 하나에도 환자의 순응도는 확연히 갈리기 마련이다.
치료가 화려하진 않지만 결과는 드라마틱하다. 유 센터장은 “지하철역에서 진료실까지 호흡이 가빠 수십 번 쉬었다 오던 환자가 2개월 후 한번에 왔다는 말을 할 때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교육이 쉬운 것은 아니다. COPD 환자는 고령 환자가 많다. 65세 이상 3명 중 1명꼴이다. 설명을 수없이 반복해야 한다. 그는 “환자가 얼마나 아프면 오셨을까, 증상이 해소되면 얼마나 좋아하실까를 생각하면 교육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 의료정책에 많이 반영
실제 유 센터장의 연구결과는 정책에 상당 부분 반영돼 왔다. 그가 이끄는 국내 COPD 코호트 연구를 바탕으로 질병관리본부와 마련한 연구보고서는 정책 우선순위를 제시했고, 하나씩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호흡 재활, 이동식 산소치료가 대표적이다. 유 센터장은 “앞으로 우리 센터에서는 교육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과 교육자의 자격 등 세부 요건을 마련해 갈 것”이라며 “국내 COPD 환자 교육에 대한 롤모델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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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하 센터장이 짚어주는 만성 호흡기 질환 관리법
40세 이상은 당장 담배 끊고 폐 기능 검사 받아야
운동
마스크 착용
백신 접종
폐 기능 검사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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