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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인터넷 ‘몰카’ 유포…피해 급증하는데 정작 경찰 신고는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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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지워주세요’ 요청 급증에도 경찰 신고는 주저

-지난해 몰카 범죄 중 유통까지 적발은 4.6%에 불과

-경찰 ‘피해자 특정’ 몰카는 여성 전담팀서도 수사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서울의 한 사립대학에 다니는 대학생 A(24ㆍ여) 씨는 올해 초 지인으로부터 자신의 사진이 인터넷 성인광고에 올라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A 씨는 지인이 알려준 인스타그램 계정에 들어간 뒤로 아직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도 모르는 새 찍힌 사진과 함께 성매매업소의 전화번호가 버젓이 올라와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A 씨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해당 게시물을 삭제해 달라는 내용의 시정요구를 신청했다.

해당 게시물은 신고가 접수돼 곧 사라졌지만, A 씨는 요즘도 이미지 검색으로 자신의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지 찾아보고 있다. 그는 “경찰에 신고하려면 해당 사진을 프린트해서 경찰 조사까지 받아야 한다는 말에 포기했다”며 “게시물을 삭제하려고 내 몰카 영상을 스스로 검색할 때마다 자괴감이 든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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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위원회에 접수된 개인 성행위 영상물 시정 요구 건수는 7325건에 달한다. 지난 2015년과 2014년에 각각 3636건과 1665건이 접수된 것과 비교하면 매년 2배 가까이 피해 신고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헤럴드경제DB]


A 씨의 경우처럼 최근 인터넷에 올라오는 몰카 동영상 등 불법 촬영물을 삭제해달라는 시정요청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 경찰 적발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경찰청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위원회에 접수된 개인 성행위 영상물 시정 요구 건수는 7325건에 달한다. 지난 2015년과 2014년에 각각 3636건과 1665건이 접수된 것과 비교하면 매년 2배 가까이 피해 신고가 급증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 경찰이 단속한 불법촬영 영상물 유포 건은 474건에 그쳤다. 지난 2014년 1605건을 단속했지만, 단속 건수는 지난 2015년 1189건을 기록하는 등 매년 감소 추세다. 몰카 촬영 적발 건수가 지난해 5715건, 올해 7월까지 3370건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경찰이 인터넷 유포로 벌어지는 몰카 2차 피해에 제대로 대처하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 경찰이 지난해 적발한 몰카 촬영 범죄 중 촬영 후 유포한 범행까지 함께 적발된 경우는 263건으로 나타났다. 전체 촬영 건 중 4.6%에 불과한 수치다. 올해도 유포 혐의가 추가된 적발 건수는 165건으로 전체 중 4.9% 수준에 그쳤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중에는 자신의 얼굴이 찍힌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돼도 수사 과정에서 신분이 노출될 것을 우려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영상을 지워달라는 신고 건수와 비교하면 경찰 신고 건수가 적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지적에 경찰은 향후 몰카 등으로 인한 불법 영상물 유포 사건에 대해서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여성ㆍ청소년과에서 해당 사건을 맡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영상에서 특정 피해자의 신분이 노출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여성 범죄 전담 수사팀에서 사건을 맡고, 특정되지 않는 영상물에 대해서는 기존 사이버팀에서 수사를 맡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의 부담을 덜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계속 논의 중”이라고 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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