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몰카 전쟁' 나선 경찰, 전국 간부급 화상회의

[한 달간 불법기기 제조·판매부터 설치, 영상 유통까지 집중 단속]

박진우 경찰청 차장이 3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 치안상황실에서 열린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범죄 근절 대책 화상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경찰이 9월 한 달간 진행하는 몰카(몰래카메라) 범죄 근절을 위한 집중 단속을 앞두고 전국 간부급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 등에서 몰카 범죄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이달 들어서만 두 번 강조하면서다.

경찰청은 31일 오전 9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 치안상황실에서 '카메라 등 이용 촬영범죄 근절 대책 관련 화상회의'를 열었다. 박진우 경찰청 차장 주재로 진행한 이날 회의에는 각 지방청 차장, 경찰서장 등 관련 책임자들이 모두 참석했다.

경찰은 이번 '불법 기기유통 및 촬영행위 집중 단속기간'에 불법 기기부터 촬영물 공급망까지 전반적으로 단속한다. 우선 불법 촬영에 악용되는 불법 기기 제조·판매·유통을 중앙전파관리소와 합동 단속한다. 전파법상 적합성 평가를 받지 않은 기기를 적발할 계획이다.

다중 이용시설 불법 카메라 설치 여부도 일제 점검한다. 이를 위해 지자체와 '점검 전담반' 설치를 확대하고 탐지장비를 구입하는 등 협조 체계를 만든다. 내년까지 탐지장비를 288대 보급할 계획이다. 현재 보유 장비 수는 186대(전파탐지형, 렌즈탐지형)다.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도 집중 단속 대상이다.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몰래 촬영하는 범죄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하철경찰대 가용경력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찰은 불법촬영 피의자 주거지에 있는 컴퓨터와 휴대폰 등 저장매체를 압수수색하고 디지털 포렌식(사용내역 분석)을 통해 다른 범죄 여부까지 철저하게 규명하겠다는 의지다.

이 외에도 불법 촬영한 음란물 등 사이버 음란물 단속을 위해 3대 공급망(사이트 운영·광고업자, 웹하드·헤비 업로더, 음란 인터넷방송업자 등)을 중점 단속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여성가족부 등과 협업해 불법 촬영한 영상물을 삭제·차단하고 피해자 상담을 지원하는 등 사후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경찰은 밝혔다.

아울러 몰카 관련 범죄가 '신상정보 등록·공개되는 중대 범죄'라는 점을 알리고 신고자에게 보상금도 적극 지급할 방침이다.

최근 5년간 몰카 관련 범죄 통계/자료제공=경찰청

이날 회의에서 박진우 차장은 "이번 회의에 일선 경찰서장까지 참석하게 한 것은 전 부처가 노력 중인 상황을 알려 일선 현장의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며 "특히 지자체, 전파관리소 등 관련 기관과 협업에는 일선 지휘관들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선 현장경찰관들에게도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전달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처럼 정부 차원에서 전면적 단속에 나선 배경은 '몰카' 범죄 급증세다.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범죄는 지난 5년간 연평균 21.2% 증가했다. IT(정보기술)기기 발달로 범죄가 늘고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도 있어 여성들의 불안감도 심각한 상황이다.

범죄 유형을 보면 스마트폰 등으로 몰래 촬영한 경우가 85.5%에 이르고 위장형 카메라를 설치한 사례가 5.1% 수준이었다. 몰래 찍은 영상을 온라인 등에 유포한 범죄도 9.4%를 차지했다. 경찰은 방심위에 개인 성행위 영상물 삭제 등을 요구한 건수가 최근 급증한 점을 고려하면 숨겨진 범죄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29일 국무조정실은 경찰의 대책과 함께 젠더폭력 범부처 종합대책에 몰래카메라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별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그 결과를 국무회의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진달래 기자 a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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