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뇌부종 치료법이 개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뇌부종이 뇌출혈로 인한 사망과 후유증의 원인 중 하나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이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이승훈 교수 연구팀은 최근 자체 개발한 ‘세리아 나노입자’를 뇌출혈 환경이 조성된 세포에 적용한 결과 염증 억제 및 세포보호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염증이 억제됐다는 것은 염증으로 인한 뇌부종이 감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효과는 동물실험에서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뇌출혈을 유발한 쥐의 정맥에 세리아 나노입자를 주입한 뒤 주입하지 않은 군(대조군)과 뇌출혈 병변 주변의 대식세포·염증단백질의 변화를 비교했다. 대식세포는 뇌출혈 후 염증 반응 초기 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포를 말한다. 그 결과 세리아 나노입자를 주입한 군은 대조군에 비해 뇌출혈 병변 주변의 대식세포가 감소했고 염증 반응 시 발현되는 단백질도 줄었다. 연구팀은 “염증 반응이 줄면서 뇌출혈로 인한 뇌부종도 대조군에 비해 68.4% 감소했다”고 밝혔다.
뇌부종은 뇌출혈 병변 주변에 생기는 부종으로 뇌출혈로 인한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고 사망률을 높이는 원인으로 꼽힌다. 즉 뇌출혈 때문이 아니라 2차적으로 발생하는 뇌부종에 의해 사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사실 뇌출혈이 발생하면 뇌 조직이 손상되지만 두개골 내 공간이 한정돼 있어 저절로 지혈되는 경우가 많다. 근데 뇌출혈로 터져 나온 혈액 성분이 염증 반응을 일으키면 짧게는 수시간, 길게는 수일에 걸쳐 뇌부종이 발생하고 뇌압을 높여 뇌간 압박 등의 합병증으로 사망하거나 후유 장애가 남을 수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뇌출혈에 대한 뾰족한 치료법이 없는 상황에서 나온 만큼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뇌출혈의 치료법으로 뇌출혈 시 발생한 혈종을 제거하는 수술이 시행되고는 있지만 극히 일부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다. 이승훈 교수는 “뇌출혈 치료제에 대한 수요는 이전부터 있었고 치료제 개발 역시 전 세계적으로 많이 이뤄졌으나 현재까지도 난항을 겪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뇌출혈 후 뇌 손상의 주요 병태 생리를 파악해 그에 적합한 나노기술을 도입하고 뇌출혈의 의학적 치료 공백을 극복한 획기적인 연구”라고 말했다.
세리아는 은색을 띤 무른 금속인 세륨이 산화된 것으로, 일반적으로는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일산화탄소를 산화시키는 촉매로 사용된다. 연구팀은 앞서 2012년에 세리아 나노입자의 뇌경색 치료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이외에도 2006년에 망막 변성, 2016년에는 치매에 대한 치료 효과가 입증됐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산업진흥원 질환극복기술개발사업(질병중심 중개 중점연구), 미래창조과학부 기초연구사업 등 정부 연구개발(R&D) 지원으로 추진됐으며, 우수한 성과를 인정받아 국제학술지 ‘나노연구(Nano Research)’ 8월호에 게재됐다. 국내 특허를 비롯한 국제 PCT(특허협력조약) 출원도 마쳤다.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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