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술로 완치 안 되면 만성화
최소 침습 미세현미경 수술
부분마취한 뒤 디스크 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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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는 ‘국민병’이라 불릴 만큼 흔하다. 한 해 치료받는 환자가 190만 명이 넘는다. 그만큼 환자의 상태도 다양하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줄곧 ‘비수술 치료’나 ‘시술’을 내세운다. 수술에 대한 환자의 거부감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들 치료법은 만능이 아니다. 한계가 분명하다. 오히려 비수술 치료만 고집하다 병을 키우게 된다. 환자 상태를 고려한 적정 치료가 필요하다. 바른세상병원 척추클리닉 이병규(신경외과) 진료원장을 만나 척추 질환의 맞춤형 치료에 대해 들었다.
Q : 디스크 환자마다 증상이 다른데.
A : “어디에 생기냐에 따라 증상이 다르다. 보통 척추 2~3번 사이에 생기면 허벅지 앞쪽이, 3~4번에 생기면 무릎·정강이 앞쪽이 당긴다. 4~5번 척추에 생기면 종아리에서 발목으로 가는 부위가 아프다. 또 제일 아래쪽인 5번 척추와 꼬리뼈 사이에 생기면 발목이나 발바닥에 통증이 생긴다. 또 근육·신경·뼈에 따라 아픈지, 구조적으로 아픈지, 기능적으로 아픈지도 중요하다. 다양한 양상을 근거로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 여부를 결정하고 확진한다.”
Q : 상태에 따라 심각성은 어떻게 달라지나.
A : “단순히 디스크 때문에 신경이 눌려 아픈 건 치료 예후가 좋은 편이다. 보존적 치료나 시술 등 작은 치료만으로도 좋아진다. 근데 만성적으로 디스크가 약해졌거나 척추 뒤에 있는 근육이 약해져 기능이 떨어진 사람은 좀 더 큰 치료, 보강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Q : 디스크 단계별 치료 과정은.
A : “크게 네 단계로 볼 수 있다. 첫 단계는 약이나 물리치료, 두 번째는 신경 치료다. 스테로이드나 소염제 등을 주사하는 게 신경 치료에 해당한다. 그리고 세 번째는 시술, 네 번째가 수술이다. 쉽게 말해 바늘로 치료하면 시술, 피부를 절개하면 수술로 보면 된다.”
Q : 요즘엔 수술 없이 모든 디스크가 치료될 것 같다.
A : “사실 허리디스크는 95%가 비수술적 치료나 시술로 나을 수 있는 병이긴 하다. 근데 이걸로 치료되지 않는 환자가 있다. 이런 환자까지 시술하는 것은 문제다. 악순환만 반복하다 병을 만성화하기 때문이다. 신경주사만 해도 그렇다. 스테로이드 약물을 투여하면 처음에는 염증이 가라앉으면서 좋아진다. 근데 통증이 다시 생긴다. 반복적으로 투여하다 보면 괜찮은 기간이 점점 짧아진다. 고름을 놔둔다고 살이 되나. 안 낫는 치료를 반복하는 건 정작 치료하지 못하고 병을 만성화할 뿐이다. 환자들이 고주파나 레이저 치료를 좋아하는데, 이것은 노인보다는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치료다.”
Q : 어떤 환자에게 수술이 꼭 필요한가.
A : “통증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치료하기 비교적 쉽다. 시술을 받았는데도 증상 호전이 없는 사람이나 운동 마비가 있는 사람은 수술이 필요하다. 통증이 너무 심해 조절이 안 되거나 다리에 힘이 빠지고, 발가락을 들어 올릴 때 힘이 빠지고 다리가 끌리는 느낌이 있으면 수술을 서두르는 것이 좋다. 특히 디스크가 신경다발을 눌러 요실금·변실금이 생긴 ‘마미증후군’이라면 바로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Q : 수술이라고 하면 거부감을 많이 갖지 않나.
A : “요즘에는 최소한으로 째고 수술한다. ‘최소 침습 미세현미경 디스크 제거술’이 대표적이다. 1.6㎝ 정도만 째고 현미경으로 확대해 수술한다. 게다가 우리 병원에서는 수술 시 웬만하면 전신마취를 하지 않는다. 미세침습으로 깎아내는 감압수술이든, 척추를 고정하는 유합술이든 되도록 부분마취로 수술한다. 숙련된 의사와 장비, 시설을 갖춰 가능한 일이다.”
Q : 환자는 병원 선택이 고민이다.
A : “앞서 말한 1단계부터 4단계까지의 모든 치료를 두루 잘할 수 있는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어떤 치료로도 나아지지 않으면 다음 단계의 치료를 적용할 수 있는 병원이어야 한다. 그래야 환자 상태에 맞는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환자는 치료 잘하는 병원을 고르기 쉽지 않다.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전문병원(관절·척추)’을 찾는 게 그나마 방법이 될 수 있다. 전문병원은 모든 단계의 치료를 할 수 있는 병원이라고 보면 된다.”
Q : 치료 후 재발하기도 하는데.
A : “척추는 26개의 뼈와 23개의 디스크로 이뤄져 있다. 하나를 해결해도 제2, 제3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치료 후에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디스크는 동그란 판 안에 말랑한 수액이 있고 이를 12겹의 섬유륜이 싸고 있다. 이 막이 다 찢어져 삐져 나온 게 허리디스크다. 한 번 찢어지면 같은 곳에 재발하기 쉽다. 수술 후 디스크 안이 튼튼해지려면 보통 3개월은 걸린다. 그 후에야 일반인이 할 수 있는 운동을 할 수 있다. 또 나사를 박아 뼈를 고정하는 수술을 한 경우 임상적으로는 4개월, 방사선학적으로는 6개월이 지나야 뼈가 붙었다고 판단한다. 고정한 나사를 빼도 될 정도로 단단하게 붙는 건 1년 정도다. 이 기간에는 조심해야 한다.”
Q : 디스크를 예방하거나 재발을 줄이려면.
A : “디스크는 20대 중반을 지나면서 노화되는 조직이다. 그래서 자기 노력으로는 뼈와 디스크가 튼튼해지지 않는다. 근육량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 소위 화이트 칼라와 블루 칼라 중 어느 쪽의 디스크 발생률이 높을 것 같나. 의외로 비슷하다. 힘든 일을 하는 직군은 근육이 많아 생각보다 디스크 발생률이 높지 않다. 근육이 튼튼하면 척추가 자극을 받아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다. 반대로 근육이 약하면 재발하기 쉽다. 골프·테니스·볼링처럼 몸을 한쪽으로 비트는 운동은 좋지 않다. 반면 걷기나 버티는 운동은 재미는 없어도 허리에 좋은 운동이다.”
글=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박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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