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제이주기구 활동가가 9일 예멘 샤브와 해변에서 물에 빠져 사망한 소말리아 출신 희생자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국제이주기구 누리집 |
예멘으로 향하던 아프리카 출신 10대 난민 최소 50명이 아덴만에서 물에 빠져 숨졌다고 <로이터> 통신이 10일 보도했다. 단속을 피하려던 난민 밀입국업자가 새 출발을 꿈꾸던 청춘들을 무자비하게 수장시킨 끔찍한 참사였다.
국제이주기구(IOM)는 전날 오전 소말리아에서 예멘으로 향하던 밀입국선에 탄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출신 난민 최소 50명이 익사했다고 발표했다. 돈을 받고 밀입국을 주선했던 업자들은 단속선을 만나자 강제로 이들을 물속에 밀어버렸다. 당시 배에는 난민 120여명이 타고 있었다.
로렌트 드 보엑 국제이주기구 예멘지부 대표는 “업자들은 다른 난민들을 밀입국시키기 위해 소말리아 방향으로 돌아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국제이주기구 직원들은 순찰을 돌다 예멘 샤브와해변 인근에서 생존자 27명을 구조해 식량과 의료 시설을 긴급 지원했다. 생존자 10여명은 예멘 당국 단속에 걸릴 것을 우려해 이미 자리를 떠난 상태였다. 생존자들이 임시로 매장한 희생자 시신 29구도 인근에서 발견됐다. 22명은 아직 실종 상태이지만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
아덴만은 예멘과 소말리아 사이에 있는 좁은 해협이다. 홍해와 함께 아프리카대륙에서 중동으로 이동하는 주요 루트로 꼽힌다.
현재 예멘은 내전과 기근으로 고통받고 있다. 특히 인도양은 바람이 많이 불어 항해하기 위험한 상태다. 아프리카 청년들은 꿈에 그리던 부유한 걸프국으로 넘어가기 위해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이번 사건 희생자의 평균 나이는 16세에 불과하다. 보엑은 “더 나은 미래를 원하는 젊은이들이 헛된 희망을 믿고 밀수꾼에게 돈을 내는 안타까운 일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며 “이번 사건은 충격적이고 비인간적”이라고 우려했다.
지형을 본떠 ‘아프리카의 뿔’로 불리는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 등지에선 올해만 약 5만5000여명이 고향을 떠나 예멘 땅을 밟았다. 이중 3만명은 18세 이하 미성년자이고, 3분의 1은 여성이라고 국제이주기구는 밝혔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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