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했다는 이유로 거리에서 남성에게 뺨 맞은 아기 엄마가 이른바 '쌍방폭행'으로 조사받는 일이 있었는데요.
최근 전 남자친구의 폭행에 시달리던 여성이 또다시 '쌍방폭행 가해자'로 조사받은 일까지 드러나면서, 정당방위 범위를 어떻게 규정할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최기성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남성이 유모차를 끌고 길을 건너는 여성의 얼굴을 갑자기 내려칩니다.
아기 엄마는 같이 팔을 휘두르다 뒤로 물러나서 유모차를 붙잡습니다.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꺼달라는 여성의 요청이 기분 나빴다며 다짜고짜 뺨을 때린 건데, 경찰은 애초 이 사건을 이른바 쌍방폭행으로 접수했습니다.
[아기 엄마 : 그냥 다 어이가 없어요. 이해가 안 가고. 자기 부인이나 아이가 맞아도 쌍방폭행으로 결론을 내릴지….]
집안에 갇힌 채 전 남자친구에게 맞아 갈비뼈가 두 대나 부러진 박 모 씨.
폭행을 피하려고 달아나다 몸싸움을 벌였다는 이유로, 쌍방폭행으로 경찰에 입건됐다가 검찰에서 겨우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자신이나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행위가 여전히 정당방위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현행법에서는 정당방위를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인정한다는 모호한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집에 들어온 도둑을 때려 뇌사에 빠트린 이른바 '도둑 뇌사 사건' 역시 법원에서 정당방위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19대 국회 당시 상습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 등과 관련해 자신을 보호할 때는 정당방위를 인정하자는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결국, 폐기됐습니다.
[신진희 /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 : 가정폭력, 성폭력 또는 데이트폭력, 아동학대 이런 경우에만 정당방위를 좀 더 넓히자고 법 개정을 한다고 해서 구체적 사례에서 바로바로 적용되는 건 아니라고 보이거든요.]
기준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과 이를 악용한 범죄가 증가할 수 있다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면서 정당방위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YTN 최기성[choiks7@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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