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참사’ 존리 또 무죄ㆍ신현우는 감형

-존 리, ‘증거불충분’으로 또 무죄

-존 리, ‘증거불충분’으로 또 무죄

-재판부, 피해자 일부와 합의한 점 고려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낸 가습기살균제를 만들어 판 신현우(69) 전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 대표가 항소심에서 일부 감형됐다. 신 전 대표의 후임자인 존 리(49) 전 옥시 대표에게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 또다시 무죄가 내려졌다.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 이영진)는 26일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신 전 대표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옥시 측이 항소심에 이르러 공소제기된 피해자의 92%와 합의했다며 원심보다 가벼운 형을 선고했다. 지난 2월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돼 일부 피해자가 피해를 보상받을 길이 열린 점도 양형에 고려됐다.

재판부는 신 전 대표의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독성물질이 포함된 가습기살균제를 만들어 팔아 수백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와 안전성 검사를 거치지 않고도 ‘아이에게도 안심’ 등 허위광고를 한 혐의(표시광고의공정화에관한법률위반)가 유죄로 인정됐다. 허위광고로 부당하게 소비자를 속여 81억원 대 매출을 올린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고의성이 없었다’며 원심과 마찬가지로 무죄 판결했다.

함께 기소된 존 리 전 대표는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존 리 전 대표는 지난 2005년 6월부터 5년 간 옥시 CEO를 지낸 인물로, 검찰은 이 기간 동안 유해물질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가 가장 많이 팔렸다고 파악했다. 재판부는 “존 리 대표가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과 광고 문구가 허위라는 사실을 보고받지 못했다”며 “검사의 입증이 부족했다”고 짚었다.

이날 옥시 연구소장을 지낸 김모 씨와 조모 씨에게는 각각 징역 6년과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선임연구원 최모 씨는 징역 4년에 처해졌다. 모두 원심보다 1년에서 2년 수준으로 감형됐다. 독성물질이 함유된 가습기살균제를 만들어 옥시에 납품한 한빛화학 대표 정모 씨는 금고 3년에 집행유예 5년에 처해졌고, 원료물질을 옥시와 한빛화학에 납품한 이모 씨에게는 무죄가 내려졌다.

또다른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 대표 오모(41) 씨는 원심보다 가벼운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오 씨는 지난 2008년 말부터 2011년 11월까지 유해물질인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이 들어간 ‘세퓨 가습기살균제’를 만들어 팔아 27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선고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즉시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강찬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모임 대표는 “옥시레킷벤키저가 대한민국에서 참혹한 참사를 일으켜놓고 5~6년 동안 100여명 넘는 사람 합의한 것을 그것을 피해를 구제하려 노력한 것으로 볼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피해자들의 민ㆍ형사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최재홍 변호사는 “검찰에서 존 리 대표 관련 특별히 수사한 것이 없어 항소심에서도 진행할 부분이 없었다”며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존 리 대표에 대한 부분은 관련자 소환 조사를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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