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신현우 前옥시대표 2심서 감형…존리 무죄(종합2보)

재판부 "보상·반성 등 참작해 감형"

신 前 대표 징역6년, 오모 제조사 대표 징역 5년 등

존 리 전 옥시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피해' 관련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오고 있다. 2017.7.26/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이균진 기자 = 수백명의 인명피해를 낸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따른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69) 대표가 2심에서 감형돼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도중에 회사를 이끌었던 외국계 임원 존 리 전 옥시 대표(48)는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영진)는 26일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 전 대표에게 1심의 징역 7년을 파기하고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신 전 대표와 같은 혐의로 기소된 '세퓨' 제조사 오모 전 대표(41)의 1심 판결인 징역 7년을 파기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김모 전 옥시 연구소장과 조모 옥시 연구소장도 각각 징역 6년·징역 5년을 선고받으며 감형됐다.

재판부는 또 가습기살균제를 만들어 옥시에 납품한 H화학 정모 대표에게 금고 3년에 집행유예 5년 선고했다. 살균제 원료물질을 옥시와 H화학에 납품한 이모씨는 1심과 같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살균제 참사'에 대해 "초유의 비극적 사고"라고 했지만, 1심의 양형이 부당하다는 이들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감형했다.

재판부는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화학제품 제조자는 고도의 주의의무가 필요한데 과도하게 안심한 생각으로 오늘에 이른 것이 안타깝다"며 "피해자 수가 100여명이 넘기에 다른 어떤 사건보다 엄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의 딱한 사정도 알지만 피고인들도 일생일대의 중요한 사건이라 사건 내용을 유심히 살폈다"며 "피고인들이 피해자에 대한 배상과 보상에 적극 노력하고 1심부터 줄곧 자기 범행을 뉘우치는 점을 참작했다"고 감형 사유를 밝혔다.

리 전 대표에게 1심과 같이 무죄로 판단한 근거에 대해서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리 전 대표가 제품의 안전성과 관련한 결함이 존재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주의의무를 위반해 계속 제조·판매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적용된 사기 등 혐의에 대해서도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피해자를 기망해 판매대금 상당의 금전을 편취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1심과 같이 무죄 판단했다.

이날 선고를 보기 위해 모여든 피해자 가족들은 판결 선고 후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일부 피해자 가족들은 눈물을 흘렸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선고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형적인 솜방망이 판결이다"라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신 전 대표 등 옥시 관계자와 오 전 대표 등은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의 유해성에 대한 보고를 받고도 흡입독성 실험을 제대로 하지 않아 사상자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아이에게도 안심' 등 거짓 광고를 이용해 제품을 판매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옥시제품으로 인한 피해자를 177명(사망자 70명), 세퓨제품의 피해자를 27명(사망자 14명)으로 각각 집계했다. 또 롯데마트제품 피해자를 41명(사망자 16명), 홈플러스제품 피해자를 28명(사망자 12명)으로 보고 있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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