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
옥시 제품 제조를 맡았던 한빛화학의 대표 정모씨는 금고 3년에 집행유예 5년으로 실형을 면했고, 가습기살균제 ‘세퓨’를 제조·판매한 버터플라이이펙트 오모 전 대표는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이들 가해제품 제조·판매사 관계자들은 원료물질의 유해성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아 소비자 다수에 대한 인명사고를 유발하고, 제품이 인체에 무해한 것처럼 허위·과장 광고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 표시광고법 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화학제품을 전문적으로 제조·판매하면서 원료물질에 대한 안전성 검증을 철저히 하고 소비자들이 흡입독성에 노출되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주의의무를 다했더라면 피해자들의 사상은 발생하지 않았거나, 위험이 상당히 줄었을 것”이라며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특히 “피해자들은 그 동안 원인도 모른 채 호흡곤란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다 사망하거나 평생 호흡보조기구를 착용해야 할 정도로 중한 장애를 갖고 살아야 하는 처지가 됐고, 가까이서 지켜본 가족들이 겪었을 정신적 고통의 크기는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가족이)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생활하도록 제품을 구매해 사용하였을 뿐임에도 사랑하는 배우자와 아들, 딸 등 가족들이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게 됐다고 자책하며 충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향후 비극적인 사건의 재발 방지 등을 위해서라도 중벌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다만 “당시 법령상 원료물질이 유독물로 지정되어 있지 않았고, 제조사도 유해성 심사를 신청할 의무가 없어 심각한 위험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 막연히 믿은 데는 제도적 미비가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면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피고인들을 각각 1~2년씩 감형했다. 가해업체의 배상금 지급이나,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제정으로 일부나마 피해가 회복된 사정도 고려됐다.
한편 존리 전 옥시 대표, 옥시에 원료물질을 공급한 중간도매 업체 대표 이모씨는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1심과 같은 무죄가 선고됐다.
정준영 기자(peac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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