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몰카범도 '화학적 거세'…몰카 범죄 얼마나 심각하기에

이른바 '몰카(몰래카메라)' 범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여름철입니다. '몰카범'에 대한 강력한 경고(?)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성적인 목적으로 몰카를 찍은 범죄자가 '화학적 거세'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18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고 화학적 거세 대상에 몰카범을 비롯해 아동·청소년 강간 등의 살인·치사죄 강도강간의 미수범도 추가하는 법률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개정안은 국회의 심의와 의결 등을 통과하면 확정·공포됩니다.

오늘 '리포트+'에서는 몰카범에게 적용될 예정인 화학적 거세가 무엇인지, 이처럼 처벌이 강력해진 배경과 실태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 모든 몰카범이 '화학적 거세' 대상은 아니다

화학적 거세란, 성 충동을 억제하는 약물치료를 일컫는 말입니다. 주기적으로 주사를 놓거나 약을 투여해 남성 호르몬 생성을 억제하고 성욕을 감퇴시키는 겁니다. 화학적 거세는 약물치료를 중단하면 성욕을 회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물리적 거세와 차이가 있습니다.

몰카범이라고 해서 모두 화학적 거세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해당 범죄를 저지른 사람 가운데 성도착증 환자이고,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는 게 입증돼야 합니다. 이 부분이 입증되면, 법원 또는 법무부의 결정에 따라 최장 15년 동안 약물치료를 받게 됩니다.

■ 몰카 범죄 얼마나 심각하기에

몰카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진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몰카 범죄는 전체 성폭력 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06년에는 3.6%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는 24.9%의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범죄 건수도 전체 성폭력 범죄 중 가장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지난해는 5,185건으로 다소 감소 추세를 보였지만, 지난 2010년에서 2015년, 5년 사이에는 7배나 급증했습니다.

■ 몰카범 화학적 거세…효과 있을까?

그렇다면 화학적 거세는 급증하는 몰카 범죄를 줄일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화학적 거세라는 강력한 처벌이 경각심을 일깨워 몰카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될 거라고 분석했습니다. 처벌이 심리적·잠재적 범죄 억제 효과를 만든다는 겁니다. 또한 재범 방지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효과가 입증된 사례들도 있습니다.

지난 2015년, 단국대 심리학과 임명호 교수는 화학적 거세 명령을 받고 출소한 뒤 형이 집행 중인 8명을 대상으로 '성 충동 조절 주사제'를 1년 이상 투여했습니다. 그 결과 출소 이후 재범이 1명도 없었고 성적환상, 태도, 충동 행동에서 감소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다만 8명 가운데 2명은 주사를 주기적으로 맞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임명호 교수 / 단국대 심리학과(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화학적 거세 명령을 받은 성범죄자를 대상으로 국내 처음으로 1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임상효과와 부작용을 관찰한 데 의미가 있습니다. 최장 3년여 동안 약물을 투여받은 성범죄자 사례를 보더라도 화학적 거세가 성범죄 억제에 효과적인 것으로 평가됩니다."

■ 성범죄자 화학적 거세, 논란은 남아 있다

성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화학적 거세는 대책으로 언급돼 왔습니다. 이번 개정안 역시 국회에서 통과되면 몰카를 비롯한 성폭력 범죄가 줄어들 거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지만, 화학적 거세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지난 2011년 7월, 화학적 거세 제도를 처음 도입한 이후 이중처벌이 아니냐는 논란이 계속됐습니다.

화학적 거세가 약물치료 개념이지만, 사실상 처벌과 다를 바 없다는 겁니다. 또한 인간을 생물학적 동물로만 규정하는 처벌이라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여성이나 아동에 대해 성적 대상화가 이뤄지는 문화를 바꾸고 교육을 통해 성폭력을 방지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입니다.

전문가들은 화학적 거세를 둘러싼 논란이 남아 있는 만큼 이번 개정안을 비롯해 몰래카메라 판매 제한, 구매자 관리 시스템 등 범죄 예방을 위한 철저한 관리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임수연)

[김도균 기자 getse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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