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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20·30 솔직토크] 이별통보에 `욱~` 어디까지가 데이트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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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보지 말자." 이별통보를 받은 손 모씨(22)가 지난 18일 전 여자친구를 만취상태로 무차별 폭행하는 장면이 공개돼 공분을 사고 있다. 일명 '신당동 데이트 폭력남'이란 딱지가 붙은 손씨에게 폭행을 당한 여자친구 A씨(22)는 앞니 3개가 빠지고 다른 치아 2개가 부러졌다. 한 목격자는 "여성이 손을 뻗으면서 살려 달라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건 직후 손씨는 인근에 세워 둔 1t 트럭을 몰고 사건 현장으로 돌진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데이트 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 4월 부산에서는 여자친구가 바람을 피웠다고 의심해 담뱃불로 얼굴을 지지고 마구 때린 대학생 김모 군(19)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5월에는 청주에서는 20대 남성이 헤어지자는 말에 여자친구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사건도 발생했다.

데이트 폭력이란 일반적으로 연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신체적, 정신적, 언어적, 성적 폭력 등을 말한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데이트 폭력으로 8367명이 형사 입건됐다. 심지어 지난 5년간 일어난 데이트 폭력사건 중 살인이나 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된 사건은 모두 467건이나 된다고 한다.

단순 폭행부터 살인까지 다양한 형태로 데이트 폭력이 나타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는 보복이 두려워 신고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데이트 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가 연인이라는 친밀한 관계, 가해자가 피해자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보복도 쉽게 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신고율이 낮다"고 말한다. '연인'이란 특별한 관계 때문에 피해자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얘기다.

특히 데이트 성폭력 중 헤어진 후 복수심에서 여성 피해자의 나체나 성관계 동영상을 인터넷 등에 유포하는 '리벤지 포르노'의 경우 인격살인으로 지칭될 만큼 피해가 크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 접수된 지난해 데이트 성폭력 상담 건수를 보면 과거 데이트 상대에 의한 피해가 현재 연인에 의한 피해보다 2배 이상으로 높았다.

그렇다면 20·30세대는 데이트 폭력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연애경험이 있는 20·30들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유 모씨(25)는 대학시절 남자친구와 연애를 하면서 데이트 폭력이 대화의 화제로 등장한 적이 종종 있다고 한다. 미디어 등을 통해 잊고 있던 데이트 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불거질 때가 그렇다. "항상 다른 커플 얘기로만 들렸다"는 유씨는 최근 데이트 폭력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이 당시만 해도 데이트 폭력은 뉴스에 나올법한 심각한 범죄로 이어지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주변에 데이트 폭력을 당한 친구들도 없고 그래서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것들만 데이트 폭력이라고···"

하지만 데이트 폭력이 최근 사회적 문제로 크게 불거지면서 유씨는 생각이 다소 변했다고 한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주변에 폭행은 아니더라고 정신적으로 힘들어했던 친구들이 종종 있었던 것 같아요. 남자들이 헤어진 여자친구에 대한 얘기를 술자리에서 안주 삼아 얘기하는 것도 데이트 폭력이라고 생각해요. 강의실에서 귓속말을 하는 것도…, 일상에서 아무 생각 없이 하는 행동들이 데이트 폭력이 될 수 있는 거 같아요."

김 모씨(30)는 "드라마 속 상남자 이미지가 멋진 남자로 포장되는 것이 데이트 폭력을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여자의 손목을 강제로 끈다든지 하는 모습을 아무렇지 않게 빈번하게 보여주는 데서 가끔 불쾌감을 느껴요."

K씨(가명·27)는 친한 친구가 사귄 전 남자친구 얘기를 들려줬다.

"남자애가 술만 마시면 너무 집착을 해요. 집착도 데이트 폭력이라고 생각해요. 한번은 지나치게 집착한다고 싸우다 다툼이 있었는데, 살짝 밀치는 과정에서 여자친구가 크게 다쳤어요."

김씨는 연인 간 과도한 스킨십을 요구하는 것도 데이트 폭력이라고 주장한다.

"연인 사이에도 지켜야 할 것이 있다고 봐요. 사귄다고 키스를 한다거나 부적절한 관계를 요구하는 남성들이 있는데 이것도 데이트 폭력 아닐까요"

김진구 씨(가명·37)는 "여성들이 항상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데 남성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고 꼬집는다.

"통상 남자가 음식값을 지불하는 등 데이트 비용을 크게 부담하는 문화도 크게 보면 데이트 폭력이라고 봐요. 첫 소개팅 자리에 비용을 '나몰라라'하는 여자들이 특히 그렇습니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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