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술에 취한 20대 남성이 여자친구를 무차별 폭행 후 트럭을 몰고 돌진하기까지 한 사건이 보도되며 ‘데이트 폭력’이 새삼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조명 받고 있다. 이 가운데 한 전문가는 “우리 사회는 배우자나 연인 간 폭력에 대해 굉장히 관대해 거의 처벌하지 않고 처벌한다고 해도 미미한 수준”이라며 “사실상 사회가 폭력을 허용·방관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20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데이트 폭력)처벌이 된다고 하면 집행유예 몇 개월이 나오거나 벌금 얼마가 나오는 정도”라며 이렇게 말했다.
송 사무처장은 “피해자에게 피하라고 하기보다 데이트 폭력 온상을 심각하게 다루고 신고 건을 제대로 수사·처벌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데이트 폭력을 예방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데이트 폭력은)폭행죄와 같은 기준을 갖고 있는 범죄인데 신고할 때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신고를 하러 갔는데 ‘가해자와 무슨 사이냐’라고 물었을 때 ‘애인 사이다’라고 답하면 ‘그런 건 처벌 안 된다, 잘해도 벌금 얼마 나오고 만다’는 얘기를 듣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어난 데이트폭력은 8367건. 2014년 6675건, 2015년 7692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다만 이와 관련해 송 사무처장은 데이트 폭력이 기존에도 많았지만 최근 사회적인 인식이 높아져 신고 건수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봤다.
송 사무처장은 “신체적인 폭력이 전체 폭력 중 50%가 넘으며 나머지는 성적·경제적·정서적인 것이 포함되며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송 사무처장은 상담 중 기억에 남는 사례 하나를 소개했다. 그는 “대학생 커플이었는데 신체적으로 굉장히 많이 폭행하고 성폭력도 같이 한 케이스였다. 피해자 여성이 폭력을 방어한다고 이 남성의 팔을 잡다가 할퀴었다. 이를 경찰에 신고하러 갔더니 ‘이건 쌍방(폭행)’이라는 말을 듣고 돌아왔다고 얘기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송 사무처장은 “가해자들은 상대를 인격권을 가진 사람으로 생각하기보다는 통제나 지배 대상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자기 마음대로 안 된다고 그러는 것”이라며 “‘네가 어떻게 나한테 헤어진다고 하냐’ ‘네가 어떻게 날 안 만나겠다고 하냐’…명백히 자기 통제 하에 있어야 할 사람이 자기 말을 안 듣는다고 생각해 통제 수단으로 폭력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데이트 폭력은 이를 사소하게 여기고 처벌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송 사무처장은 데이트 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과 관련, “이런 사건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훈련하는 것이 현실적인 예방법일 것”이라며 “처음 폭력이 있었을 때 단호하게 처리하는 것이 대처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트 폭력이 처음부터 어제 사건처럼 그렇게 무차별하게 폭격하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소리를 질렀다, 그 다음에는 뺨을 때린다거나 그 다음 다른 데를 때린다거나 무기를 사용한다거나 이런 식으로 달라지기 때문”이라며 “사귀던 관계이기에 신고하기가 어려울 수 있는데, 상담 기관 같은 데에 상담해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의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