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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리포트+] "헤어지자" 말에 손가락을…데이트 폭력으로 年 46명 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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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충북 청주의 한 교회 베란다에서 20대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숨진 지 사흘이 지나 발견된 이 여성은 청주에서 회사에 다니던 직장인 A씨였습니다. 시신에서 목 졸림 흔적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를 벌인 결과, 한 남성이 붙잡혔습니다. 범인은 다름 아닌 A씨의 남자친구였습니다.

두 달 전부터 동거해온 두 사람은 최근 다툼이 잦았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A씨의 남자친구는 "갑자기 헤어지자는 여자친구의 말에 화가 치밀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습니다. 최근 사귀는 사람으로부터 협박, 폭행 등을 당하는 이른바 '데이트 폭력' 피해자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 신체적·정신적·언어적 폭력을 당하는 피해자들

'데이트 폭력'은 현재 연인이거나 과거 연인이었던 남녀관계에서 발생하는 신체적, 정신적, 언어적, 성폭력 등을 포괄적으로 일컫는 말입니다. 경찰청의 '연도별 연인 간 폭력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적발된 데이트 폭력 건수는 평균 7,296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연간 7천 건 이상의 데이트 폭력 사건이 발생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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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트 폭력으로 매년 46명 사망

데이트 폭력이 단순 폭행에서 상해나 살인 등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습니다. 지난 1월엔 서울 강남의 한 빌라 주차장에서 30대 여성 D씨가 피투성이가 된 채 발견됐습니다. 머리를 크게 다친 채 발견된 D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흘 뒤 숨졌습니다.

D씨를 살해한 사람은 33살의 전 남자친구였습니다. 그는 사건 당일 헤어져 달라고 요구한 피해자를 주먹과 발로 무자비하게 때린 뒤 태연히 범행 현장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조사 결과 그는 사귀던 중에도 D씨를 상습적으로 폭행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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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에는 30대 남성이 혼인신고를 거부한 여자친구의 손가락을 흉기로 자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데이트 폭력으로 목숨을 잃는 피해자는 233명에 달했습니다. 매년 46명이 숨진 셈입니다.

■ 피임 거부·외모 비하 등도 데이트 폭력에 해당

전문가들은 신체 상처 등 흔적이 남는 폭행만이 데이트 폭력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데이트 폭력은 감성적·언어적, 성적, 신체적, 행동제약성, 디지털 등 크게 5가지로 나뉩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물리적 폭력은 '신체적 측면'에 해당합니다.

데이트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게 하거나 외모 등을 비하하는 것은 '감성적·언어적 측면'의 데이트 폭력에 해당합니다. 피임 도구 사용을 거부하는 등의 행위는 '성적 측면'의 데이트 폭력입니다. 친구를 못 만나게 하는 등의 행위는 '행동제약성 측면', 위협적인 문자를 반복적으로 보내거나 ID나 비밀번호 공유를 강요하는 것은 '디지털 측면'의 데이트 폭력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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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폭력은 애정이라는 이유로 연인의 사생활을 간섭하거나 구속하려는 과정에서 자주 발생합니다. 전문가들은 상대를 '인격체'가 아닌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것이 데이트 폭력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 보복이 두려운 데이트 폭력…어떻게 대처할까?

데이트 폭력은 갑자기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증거 수집이 어렵고, 보복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는 피해자가 많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데이트 폭력을 당했거나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 즉시 신고를 하는 것이 2차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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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계자]
"폭행이나 보복 등은 연인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 하더라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정상 참작이나 감경 사유가 될 수 없는 명백한 범죄입니다."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김은정)

[김도균 기자 getse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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