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는 대부분 여성” vs “남성도 피해자 가능성”
-젠더 논쟁으로 비화될 조짐까지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몰카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자체적으로 여자 화장실 몰카 점검에 나서는 대학들이 생겨난 가운데 남자 화장실도 점검해야 한다는 주장을 두고 학생들의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 건국대, 고려대 등 서울 시내의 몇몇 대학교 총학생회는 학생들이 화장실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몰카 탐지기를 가지고 직접 점검에 나섰다. 건국대 총학생회는 지난 4∼5월 광진구청 여성안심보안관과 함께 교내 화장실 53곳 등을 점검했고 한양대 총학도 지난달 교내의 모든 여자화장실을 점검했다. 다행히 단 하나의 몰카도 나오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남자 화장실도 몰카 점검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한 대학의 익명게시판인 페이스북 대나무숲에는 “남자 화장실도 (몰카) 점검을 해줄 수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학생들의 의견을 묻는 글이 게시됐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극과 극의 반응을 보였다. 일부 학생들은 “몰카 점검을 여성 화장실만 하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몰카 피해자가 대부분 여성이기 때문에 예산과 인력을 고려해 여성 화장실을 대상을 점검한 것이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부딪쳤다. 급기야 게시판엔 남성을 비하하는 단어인 ‘한남충’나 ‘여성 우월주의’의 단어까지 등장하면서 몰카 점검의 문제가 ’젠더 논쟁’으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였다.
실제로 몰카 피해자는 여성이 대부분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몰카범죄는 7600건으로 2011년에 비해 5배 이상 급증했다. 이 가운데 피해자의 95% 이상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안심보안관이 공용화장실에 설치된 몰래카메라를 찾고 있는 모습. [사진=헤럴드경제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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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우려로 공중 화장실 사용을 기피하는 여성들도 생겨나면서 여성들이 많이 찾는 커뮤니티에서는 “나사못도 꼼꼼히 봐야 해요” 등 몰카에 대처하는 조언이 속속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남성도 몰카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최근 한 50대 남성이 서울 동대문구의 한 기차역 화장실에서 스마트폰으로 수십명의 남성들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다 적발됐는데 이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남성을 좋아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지난달엔 서울 송파구의 한 수영장에서 한 프랑스 남성이 남성 탈의실과 샤워실에서 카메라로 몰래 촬영하다 적발된 바 있다. 이 남성은 목욕용품 등을 담은 바구니에 카메라를 숨기는 수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생 송근석(23) 씨는 “몰카 피해자는 당연히 여성만 있는 줄 알았는데 최근 뉴스를 보면서 남자도 몰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놀랐다”며 몰카에 대한 걱정을 드러냈다.
한편 남자 화장실도 점검해달라는 요청이 제기된 대학교는 앞으로 남녀화장실을 모두 점검하는 계획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남학생들의 요청을 바탕으로 다음 학기부터 남자 화장실도 몰카 점검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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