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불 오너일가 '달팽이크림' 과실 더 많이 누리기
"합병 전후 임병철 회장 주식가치 1035억원→3442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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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철 잇츠한불 회장 © News1 |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임병철 회장 일가가 '달팽이크림' 대박으로 반짝 성장한 잇츠스킨과 모기업 한불화장품을 '역합병'하면서 보유한 주식으로 이득을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병철 회장은 합병 직전 잇츠스킨 지분 14.65%와 한불화장품 55.61%를 보유했고 두 회사를 하나로 통합한 합병법인 잇츠한불 지분은 현재 35.25% 보유했다.
◇합병하면서 주식평가가치 2400억원 상당 증가…왜?
3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잇츠스킨의 한불화장품 흡수합병으로 임병철 회장의 주식평가가치는 올해 초 1035억원에서 지난달 22일 3442억원으로 약 2400억원 증가했다. 단 한불화장품 지분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흡수합병 결정 공시에 따르면 합병가액은 잇츠스킨 4만1193원, 한불화장품 33만4434원이고 양사의 합병 비율은 1:8.1186341이다. 주당 가격에 따른 잇츠스킨 시가총액은 7197억원으로 책정됐다.
비상장사 오너기업 한불화장품의 합병가액은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각각 1과 1.5의 비율로 가중산술평균한 금액으로 산정했다.
한불화장품의 주당 가치는 33만4434원으로 기업가치는 3828억원으로 결정됐다. 외부평가는 삼정회계법인이 맡았다.
합병으로 잇츠스킨(존속회사)은 합병신주 444만8015주를 발행해 한불화장품(소멸회사) 주주들에게 지분비율에 따라 교부했다.
한불화장품이 보유한 잇츠스킨 주식 879만9998주는 자기주식으로 취득했다. 자회사가 모회사를 흡수하는 경우 모회사가 가지고 있던 자회사 지분은 모두 자기주식으로 승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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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달팽이크림' 인기 꺾여도 임병철회장 일가는 '고배당'
이 과정을 통해 임병철 회장은 기존 보유 잇츠스킨 지분 256만 주에 516만 주를 추가 확보하면서 지분율이 14.65%에서 35.25%로 20.6% 늘었다.
특히 임병철 회장 조카 임진범씨 지분율도 4.27%에서 15.73%로 늘면서 작은아버지에 이어 2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임진범씨는 고(故) 임현철 한불화장품 부회장의 장남이자 임병철 회장의 조카로 1990년생이다.
임병철 회장 동생 임성철씨도 한불화장품 지분(15.31%)에 대한 잇츠스킨 지분(6.49%)이 생겨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임병철 회장과 특수관계인(임진범·임성철·임효재 등 9인)들은 합병기일(5월1일) 기준 지분 62.32%를 확보했다.
고 임현철 부회장과 임병철 회장은 한불화장품 창업자인 고(故) 임광정 한국화장품 회장의 차남·삼남이다. 장남은 현재 임충헌 한국화장품 회장이다.
고 임광정 회장은 고(故) 서성환 아모레퍼시픽(태평양) 회장과 함께 국내화장품 산업을 이끈 1세대 경영인으로 평가받는다. 고(故) 임광정 한국화장품 회장의 장남 임충헌 회장은 한국화장품을, 삼남 임병철 회장은 한불화장품을 물려받았다.
합병으로 전체발행 주식 20%를 상회하는 신주가 쏟아지면서 한불화장품 최대주주였던 임병철 회장 일가가 잇츠한불 지분을 대량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일부주주들은 임병철 회장 일가가 사업으로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들과 나누기보다는 자신들의 주머니만을 채우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잇츠한불 종목 토론게시판에는 "합병으로 부당이득을 취했다면 엄벌에 처해주길 기원한다" "주가 조작혐의로 회장 고발(해야)" "이익을 주주들과 함께 나눠야 하는 것이 아닌가" 등 글이 잇따라 올랐다.
그동안 임병철 회장 일가는 잇츠스킨의 성장세가 꺾였음에도 두둑한 배당금을 챙겨왔다. 이에 주주들은 지속가능성 있는 건실한 경영보다 오너 일가의 주머니부터 우선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쏟았다.
임병철 회장은 잇츠스킨(당시13.65% 지분보유)의 올해 현금배당에서 17억5800만원을, 지난해엔 24억5120만원을 챙겼다. 지분 4.27%를 각각 보유한 조카 진범씨와 효재씨도 올해 각각 5억5000만원, 지난해 각각 7억원 상당을 받았다.
임병철 회장, 임성철씨, 임진범씨는 최근 2년 한불화장품(순서대로 지분 55.61%·15.31%·29.08% 보유)에 배당된 60억원·90억원 상당도 나눠 챙겼다.
임병철 회장 일가 관련 질문에 잇츠한불 IR팀장은 "다른 곳에서 확인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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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창 잇츠한불 신임대표(왼쪽) 유근직 잇츠스킨 전 대표 © 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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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한불화장품은 2000년대 들어 존재감을 잃어갔지만 2006년 자회사 잇츠스킨을 세우고 브랜드숍을 론칭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임병철 회장은 2010년 4월 스킨푸드에 몸담고 있던 유근직 전 대표를 사업본부장(전무이사)으로 영입했다. 유근직 전 대표는 달팽이점액 추출물에서 고안한 달팽이크림을 히트시켜 잇츠스킨이 'K-뷰티' 열풍에 올라타게 한 기틀을 다졌다.
잇츠스킨은 2014년 매출 2419억원으로 전년(523억원)대비 361%, 영업이익은 991억원으로 1037.6% 훌쩍 뛰어올랐다. 실적상승을 이끈 유근직 전 대표는 부사장을 거쳐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반짝 성장한 잇츠스킨은 2015년 12월 유가증권시장에 진입했다. 임병철 회장은 잇츠스킨에 이어 한불화장품도 기업공개(IPO)를 진행했지만 여의치 않아 잇츠스킨이 한불화장품 지분을 흡수합병하는 '역합병'을 택했다.
잇츠스킨은 '달팽이크림' 제품 인기가 예전만 못하면서 매출과 실적이 줄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영업이익은 2673억원 733억원으로 각각 13.6% 34.4% 감소했다. 올해 1분기도 각각 541억원 133억원으로 35.1% 51.8% 줄어 감소 폭이 커졌다.
임병철 회장은 올해 3월 17일부로 합류한 김홍창 한불화장품 부회장에게 잇츠한불 대표이사 자리를 맡긴 후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직함을 잃은 상태인 유근직 전 잇츠스킨 대표는 적어도 3개월서 반년 정도 휴식기를 더 가진 후 거취(복귀 또는 퇴사)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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