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판매 금지 법제화될까
지난 23일 진선미의원실과 와글, 디에스오, 국회시민사회포럼이 국회의원회관에서 연 ‘몰카 해방의 날: 몰카없는 세상을 위한 수다회’에서 몰카가 설치된 손목시계를 참가자들이 들여다 보고 있다. 진선미 의원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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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연세대에 재학중인 이아무개(21)씨는 이번 학기에만 총여학생회에서 몰래카메라 탐지기를 서너차례 빌렸다. 이씨는 “학교에 있는 화장실, 샤워실을 자주 이용하는데 몰카 피해 기사를 보면서 불안해 탐지기를 써봤다”며 “발견된 몰카는 없었지만 확인해보니 확실히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연대 총여학생회는 이번 학기부터 몰래카메라 탐지기 4대를 구입해 학생들에게 빌려주고 있다. 임소영 부총여학생회장은 “탐지기 한대당 30만원 정도인데 1주일에 서너명이 빌려간다”며 “하숙이나 자취 공간에서도 몰카를 확인해볼 수 있어서 호응이 좋다. 최근엔 서강대 학생이 빌려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연세대 총여학생회에서 이번 학기부터 진행한 ‘몰카 탐지기 대여 사업’ 포스터. 연대 총여학생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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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성폭력 범죄통계에서 ‘카메라를 이용한 범죄’가 2011년 1523건에서 2016년 5185건으로 증가하는 등 ‘몰카 불안’이 커지면서 여성들의 탐지기 수요가 치솟고 있다. 직접 탐지기를 구입하는 여성도 늘었다. 인천에 사는 직장인 이아무개(29)씨는 지난해 2월부터 몰카 탐지기를 구입해 적극 활용 중이다. 이씨는 “회사 남자 부장이 여자화장실 휴지통을 갈고 있다는 걸 알게 된 뒤 대기업 여자화장실 천장에서 몰카가 발견됐다는 기사를 봤다. 그때 탐지기를 샀다”며 “인터넷을 조금만 돌아다녀보면 몰카 영상을 발견할 수 있으니 놀랍지도 않다”고 말했다. 몰카 탐지기 판매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엔 한달에 20~30대 팔렸다면 올해엔 40~50대씩 팔릴 정도”라며 “혼자사는 여성들이 많이 구매한다”고 말했다.
경찰도 처음으로 몰카탐지기를 구입했다. 경찰청은 전국 지방청 17곳과 일선 경찰서 70곳에 몰카탐지기를 한대씩 구비했다. 오는 7월부터 두달 간 여름철을 맞아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몰카 단속에 직접 나선다는 방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그동안 전파관리소에서 장비를 빌리거나 지방자치단체 협조를 받아 몰카 탐지 활동을 했다. 실제 몰카 적발보다 ‘경찰이 점검을 한다’는 것을 통해 예방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름철 성범죄 단속에 경찰이 활용할 초소형 카메라 탐지장비. 경찰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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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몰카를 사고 팔 수 있는 상황에서 잠재적 피해자인 여성이 직접 몰카를 찾아내는 게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회단체 디지털성범죄아웃(디에스오·DSO)의 써니 활동가는 “탐지기를 쓰더라도 걸리지 않는 몰카가 있다”며 “몰카 판매 자체를 허가제로 전환하는 걸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이 단체가 제안해 온라인 입법플랫폼 ‘국회톡톡’에서 1만8000여명의 시민이 동의한 ‘몰카 판매 금지법’은 진선미 의원 등이 입법 준비 중이다. 법안엔 △몰카 구매자 관리 시스템 도입 △전문가 외 몰카 소지 불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지난 23일 진선미의원실과 와글, 디에스오, 국회시민사회포럼이 국회의원회관에서 연 ‘몰카 해방의 날: 몰카없는 세상을 위한 수다회’에 참석한 진선미·남인순·홍익표 의원은 몰카 피해자들의 증언을 경청하고 입법을 약속했다.
박수지 기자, 임세연 교육연수생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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