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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중학교 3학년, 같은 반 남자애에 1년간 몰카 찍혔다” 한 여성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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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사진=동아DB


여성의 신체를 몰래 찍은 사진을 공유하는 온라인 사이트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한 여성이 중학생 시절 당했던 ‘몰카’에 대한 경험을 온라인에 털어놨다.

18일 ‘성신여대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 한 익명의 제보자는 “요즘 ‘몰카’ 얘기가 많다. 저도 몇 년 전 일이 자꾸 생각난다”며 “중학교 3학년, 같은 반 남자애한테 1년 동안, 어쩌면 2년 동안 사진을 찍혔다. 찍은 건 뒷모습, 다리, 치마 속이라더라”고 자신의 사연을 전했다.

‘성신여대 대나무숲’ 페이지는 페이스북에 등록된 학교 정보를 토대로 해당 학교 재학생들의 사연을 익명으로 받아 전달하는 곳이다. 이 글은 해당 학교에 재학 중인 여성이 쓴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정보는 확인되지 않았다.

제보자는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 후회되지만 너무 당황스럽고 수치스럽고 경황이 없어서 혹시 사이트에 올리지는 않았는지, 집 컴퓨터 또는 개인적으로 사진을 복사해서 옮겨 두지는 않았는지, 친구들과 사진을 공유한 것은 아닌지 제대로 확인해보지도 못했다. 지금도 어떤 사이트에 제 사진이 올라와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에 따르면 제보자가 중학생이던 시절, 같은 반이었던 남학생 A는 1학기에 제보자를 몰래 촬영하다 다른 남학생에게 들켰다. A의 카메라 사진첩에는 제보자의 사진이 수백 장 들어 있었다고 한다. 당시 A는 싹싹 빌며 사진을 모두 지웠고 ‘한 번만 넘어가 달라’고 사정했다. 하지만 2학기에 또 제보자의 사진을 몰래 찍었다는 사실이 같은 반 남학생들에게 발각되며 일이 알려졌다.

제보자는 “당연히 제 다리, 치마 속 사진도 같은 반 남자애들이 봤다”며 “그리고 남은 몇 달 동안 저는 제 사진을 본 그 아이들과 함께 학교생활을 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A는 학교를 무단결석했다. 그런데 남은 기간이 얼마 되지 않아 그 아이는 무사히 졸업했다. 그 일을 아는 아이들이 몇 안 되는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이미지 관리하며 잘 살고 대학도 갔더라”고 전했다.

제보자는 “다행인 것은 학교 내에서 일어난 일이라 바로 경찰로 넘어갔고 그 친구는 처벌받았다”며 “학교에서 방과 후에 사진 찍은 남자애와 마주보고 앉아 대화도 하고 남자애 어머님과도 만났다. 제 손을 붙잡고 ‘너무 미안하다, 선처해 달라’ 하셨고 저는 눈을 마주보기가 힘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제보자는 정신과 상담을 받았다고 밝히며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원망 섞인 감정도 털어놨다. 당시 제보자의 아버지는 자신을 위로해주면서도 “넌 그 아이가 너 때문에 앞으로 걔가 뭘 하든 내가 걸림돌이 되길 바라냐”고 말했다고 한다. 또 주변 사람 몇몇은 제보자를 향해 “성폭행 안 당한 게 어디야?” “네 치마가 좀 짧긴 했어” “근데 그게 진짜 그렇게 힘들어?” “네가 좀 보수적이긴 한가봐” “근데 걔도 불쌍하다. 학교도 못나오네”라고 했다고 제보자는 말했다.

제보자는 “어쨌든 제일 낮은 처벌을 받게 선처했다”며 “저는 진짜 고민했다. 내가 잘못한건가? 누구에게라도 위로받고 싶었고 제가 잘못한 게 아니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또 “중3 때 일 말고도 저는 성추행도 여러 번 당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이런 일을 겪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 지하철만 해도 몰카, 성추행, 시선 성추행 등… 우리는 매일 수치심을 느끼고 살아간다. 정말 우리가 치마를 입어서 잘못인가. 그런 사람들 때문에 꽁꽁 싸매고 조심하며 살아가야 하나”며 “정말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왜 피해자인 우리가 피해 다니고 조심하고 괴로워해야 하나. 잘못은 범죄자들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제보자는 “‘몰카’를 보지 말아 달라. 소비자가 있으니까 생산자도 있는 거다. 보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런 사이트가 생기는 것 아니겠나. 제발 소비도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또 “피해자 여성분들, 피해자가 될까 두려워하는 여성분들. 절대 여러분 탓이 아니다. 본인이 겪었던 일들에 얽매여 살지 마시라”며 “범죄자들은 우리의 앞으로의 인생에 영향을 줄 만큼의 가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저도 아직 극복했다고 말하기 힘들지만 더 힘내겠다”고 전했다.

앞서 이곳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학교 학생들만 접속할 수 있는 익명 커뮤니티 사이트에 ‘몰카’ 공유 사이트 주소가 공유됐다”며 글이 올라왔다. 많은 학생들은 댓글을 통해 자신의 몰카가 이곳에 올라와 있을지도 모른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이 사이트는 회원들이 성매매 업소 후기와 몰카 사진 등을 공유하는 곳으로, 2015년부터 최근까지 올라온 몰카 사진은 약 5000장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측은 “이 사이트 관련 신고가 접수돼 심의를 진행 중”이라며 “시정요구가 결정되면 이용 해지 또는 접속차단 조처를 할 수 있다”고 19일 연합뉴스에 밝혔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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