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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식량’ 곤충의 변신…순대·순댓국밥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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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식량’ 곤충의 변신…순대·순댓국밥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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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을 재료로 개발한 순대와 순댓국.

곤충을 재료로 개발한 순대와 순댓국.


30일 오후 충북 청주시 남청주IC 인근 한 순댓국밥 전문점. 구수한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음식점 메뉴판 중 붉은 글씨로 강조된 ‘고소애 순댓국밥’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7000원 하는 다른 국밥과 달리 이 메뉴는 가격이 1000원 더 비싼 8000원에 판매했다. ‘고소애 순댓국밥’에는 회색을 내는 들깨가루 대신 노란색의 가루가 들어 있었다. 국밥의 색도 달랐다. 다른 국밥에는 투명한 색의 기름이 떠 있다면 이 국밥에는 누런색 기름이 있었다. 국밥의 순대 속에도 노란색의 가루가 촘촘히 박혀 있었다. 옆자리에서 식사를 하던 염철호씨(60)는 “국밥의 누런색 기름은 노란색의 가루가 녹으면서 떠오른 기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거의 매일 이 음식점을 찾아 고소애 순댓국밥을 먹고 있다”며 “다른 국밥보다 1000원 더 비싸지만 맛도 좋고 돼지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소애 순댓국밥’ 재료는 갈색거저리의 애벌레다. 딱정벌레목 거저릿과에 속하는 곤충이다. 애벌레를 먹으면 고소한 맛이 나 ‘고소애’라고도 불린다. 고소애를 말려 분쇄하면 ‘고소애 순대’의 재료가 된다. 이 메뉴는 식당 매출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고소애 순대와 순댓국밥은 지난해 청주시농업기술센터와 식품업체인 (주)글로벌푸드가 공동 개발한 메뉴다. 고소애 순대 제조법은 지난 4월 전국 최초로 특허를 받기도 했다.


전국 지자체들이 날로 커지고 있는 식용곤충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5년 기준 3039억원 수준인 곤충산업 시장 규모가 2020년 5373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중 식용시장 규모는 2015년 60억원에서 2020년 1014억원으로 성장폭이 가장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농식품부 고시로 일반식품으로 등록된 곤충은 갈색거저리 유충(고소애)을 비롯해 메뚜기와 누에번데기, 쌍별귀뚜라미, 장수풍뎅이 유충 등 총 7종이다. 곤충순대 특허를 낸 청주시는 최근 고소애와 밥을 섞은 ‘고소애 누룽지’ 개발에 나섰다. 청주시는 또 내년부터 3억원의 예산을 투입, 곤충 사육농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충북도는 고소애 분말과 땅콩을 이용한 스프레드(잼처럼 빵에 발라 먹는 것) 기술을 개발해 특허 출원했다. 옥천의 한 농업회사법인에서는 귀뚜라미 분말을 넣은 면(麵)을 개발 중이다.

청주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가축을 사육하면 환경오염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지만 곤충은 이를 최소화할 수 있어 미래식량이라고 불린다”면서 “또한 단백질을 비롯한 영양가도 풍부해 고급음식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갈색거저리를 비롯한 식용곤충 사육 방법을 농가에 보급할 계획”이라면서 “혐오식품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식용곤충이 보편화되면 농가 역시 곤충 사육으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삭·이종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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