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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잘나가는 하이트진로

매일경제 차윤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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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잘나가는 하이트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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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에 위치한 대형마트 `이온`에서 일본인이 하이트진로 막걸리 제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 제공=하이트진로>

일본 도쿄에 위치한 대형마트 `이온`에서 일본인이 하이트진로 막걸리 제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 제공=하이트진로>

지난 13일 일본 도쿄에 위치한 이온(AEON) 점포. 주류 코너에 들어가니 레미마틴 잭다니엘 메이커스마크 와일드터키 짐빔 등 세계적인 양주와 함께 JINRO(진로) 로고의 술병이 눈에 들어온다.

진로 참이슬 소주를 집어든 미야케 씨(34ㆍ도쿄 고토구)는 "일본 증류식 소주는 특유의 진한 향 때문에 즐기는 계층이 한정돼 있다"며 "한국 소주는 대부분 음식과 잘 어울리는 데다 맛이 깔끔해 일반 양주처럼 미즈와리(찬물을 섞어 마시는 방법)로 친구들과 주 2~3회 즐겨 마신다"고 말했다.

해외로 눈을 돌린 하이트진로의 성장세가 매섭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글로벌 비전 선포식'을 열고 5년 뒤인 2017년까지 수출액 3000억원을 달성하고 전체 매출 중 수출 비중을 18%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는 5월 일본 해외법인명 '진로재팬'에서 재팬을 떼고 '진로'로 새출발을 선언했다. 주로 일본에 치중돼 있던 수출 시장을 미국 호주 몽골 태국 등 세계 각지로 다변화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

올해 상반기 하이트진로 전체 수출액은 6644만달러로 지난해 5276만달러 대비 2.7% 증가했다. 상반기 일본 수출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4% 늘었지만 전체 수출액 중 일본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상반기 79.4%에서 올해 77.6%로 1.8%포인트 줄었다. 이처럼 하이트진로가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게 된 데에는 일본 시장에서 얻은 자신감이 크게 작용했다.


일본 주류시장은 장기 불황으로 인해 1995년 이후 매년 규모가 감소하고 있다. 작년 일본 주류시장 규모도 2007년 대비 5.8% 줄어들었다. 반면 하이트진로는 같은 기간 매출이 239.6% 신장했다.

2006년 하이트진로의 일본 매출 중 소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99.7%에 달했다. 그러나 하이트진로는 소주 시장을 고급화하는 동시에 저가 맥주 시장을 공략했다. 여기에 막걸리 시장을 개척하는 세 가지 전략을 동시에 구사해 소주 회사에서 종합주류 회사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하이트진로의 일본 매출 중 맥주와 소주, 막걸리 비중은 각각 48%, 35%, 14.8%를 차지했다.

하이트진로는 일본 최대 유통기업 이온의 PB 브랜드인 톱밸류에 자사 맥주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수출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맥아를 사용하지 않거나 소량 섞은 '제3맥주' 시장 공략에 주로 치중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드라이 비어'를 출시해 일본 일반 맥주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 결과 진로 일본법인은 작년 1월 일본 주류업체 중 기린 아사히 산토리 삿포로 등에 이어 외국계 기업 중 유일하게 10위권 내인 9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양인집 하이트진로 해외사업총괄 사장(55)은 "막걸리 판매량까지 반영된다면 일본 주류업체 중 7위에 해당하는 규모"라며 "한국에서 검증된 맛과 품질로 일본 고객 입맛에 맞는 현지화를 진행한 '글로컬(GlocalㆍGlobal과 Local의 합성어)' 전략이 통했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일본 주류회사 인수ㆍ합병(M&A)도 꾸준히 검토하고 있다. 양 사장은 "현지 생산력을 갖추기 위해 갑류 소주와 을류 소주, 청주 제조 면허를 가진 일본 주류회사를 인수 대상으로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법인은 무차입 경영 상태로 상장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면서도 "올해 말레이시아 시장에도 뛰어드는 등 해외 법인의 상장 지역을 일본으로만 한정하진 않겠다"고 말했다.

양 사장은 "공격적인 시장 개척과 사업모델 개발, 현지화 전략 등을 통해 글로벌 주류기업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 = 차윤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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