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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모여 보석이 된‘다큐 3일’

헤럴드경제 서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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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모여 보석이 된‘다큐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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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다큐 3일’ 2007년 첫방 이래 10년

매주 특정공간 속 이웃들의 72시간 기록

“잊혀져가는 것을 찾고 기록하는데 의미”

사람 사는 냄새 담아 공감대 형성


2007년 5월 3일 첫 방송된 KBS ‘다큐멘터리 3일’이 10년을 맞았다. ‘다큐 3일’은 ‘특정한 공간’을 ‘제한된 72시간’ 동안 세밀하게 관찰하고 기록해 공간의 의미를 재해석하고 복원하는 다큐멘터리다. 제작진들은 시골 버스터미널, 기차역, 공항, 시장, 포장마차에서 스치듯 지나가는 사람들을 수없이 만나 그들의 일상과 살아가는 솔직한 모습들을 담았다.

임세형 KBS 프로덕션3담당은 “10년 장수는 쉽지 않다. 카메라 뒤에 숨어있는 VJ 등 제작진이 발로 뛴 결과다. 시장과 거리에 숨어있는 철학자를 만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면서 “이 다큐는 잊혀져가고 있는 것들을 찾아내고 기록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최재복 팀장은 “지난 10년간 제작과정과 특성이 변한 것은 없다.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면서 “사연이 펼쳐지는 숨겨진 공간은, 72시간동안 우연히 만나게 되는 보석같은 공간이다. 거기서 공감대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황범하 PD도 “따뜻한 아날로그적이지만 시대정신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이명박 정권에서는 재개발 현장인 옥수동과 모래내를 찾아가 삶의 애환을 담았고. 소고기 수입 문제로 광화문 촛불집회를 방송당일 오후까지 촬영해 내보내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귀향때는 봉하마을로 3일간 취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다큐멘터리라 해서 100% 객관성을 유지하기는 힘들다. 휴먼다큐가 인물을 미화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다큐 3일’은 잔재주나 트릭을 구사하지 않고 72시간 동안 찍은 영상 그대로를 순서대로 50분 정도로 뽑아낸다. 철저히 현장 중심이면서 리얼리티가 살아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제작진은 전체적인 그림은 그리지만 어떤 내용이 촬영되는지 모를 때가 많다.

황범하 PD는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인물과 상황이 포착돼, 그런 것이 기록이 되고 사람들이 재밌어하더라”면서 “촬영 갈 때마다 불안하기도 하지만, 인천공항에서 꼬마통역사 레아를 만나듯, 보석같은 이야기가 펼쳐지기도 한다. 촬영을 마칠 때가 가장 설레는 시간이다”고 설명했다.


‘다큐 3일’은 시대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일반인들의 얘기다. 10년이 흐르고 난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일반인들의 삶의 형태, 그리고 그들의 정서와 일상적 변화가 더욱 잘 보일 것이다.

이에 따라 14일과 21일에는 10주년 특집 2부작으로 ‘다시 만난 그들의 이야기 <다큐멘터리 3일, 10년의 기억>’편이 방송되고 있다. 500회에 걸쳐 10년 동안 67명의 PD, 25명의 작가, 78명의 VJ, 104명의 나레이터가 모여 지난 10년간 평범한 공간의 ‘사람 사는 냄새’를 담아낸 것. 1부에서는 인천공항 꼬마통역사 레아, 고물상, 어린이 병동에서 만났던 현우, 분만실에서 태어난 쌍둥이, 무인가게를 운영 중이던 장성 신촌마을 사람들을 다시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다큐 3일’ 현장에서 우연적이고 생생한 리얼리티를 포착하고 사람 냄새 나는 일반인을 만나는 것은 VJ덕이다. VJ는 사람의 마음을 여는 인터뷰를 한다. 현장 사람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VJ와 친해지고, 음료수를 건네기도 한다. 사람의 마음을 여는 VJ의 노하우는 있는 것일까?


박지현 VJ는 “공감과 경청이다”면서 “스킬이 아니다. 그곳에 가서 낯선 분과 눈을 마주보면서 ‘오늘 하루 어땠어요?’ ‘ 어떻게 살았나요’라고 평범한 질문을 던진다. 헤어질 때에는 그 분들이 ‘제 이야기를 들어줘 고마웠다’고 말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수민 VJ는 “촬영장에 가면 먼저 어떤 사람을 찍을 것인지 관찰한다”면서 “교감이 이뤄지면 방송하기 좋다. 방송에 나가는 게 창피하다고 하면, 그분의 일을 도와주면서 자연스레 대화를 나눈다. 그런 식으로 친해지면서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을 담는다”고 노하우를 말했다.

김희근 VJ는 “10년간 형식과 포맷의 변화는 없지만 그분들이 큰 카메라가 들어오면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소형카메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배우 안정훈의 편안한 내레이션도 일상적이고 편안한 ‘다큐3일’의 분위기 조성에 일조한다. 인간 냄새나는 목소리를 지닌 안정훈은 “행복은 기쁨과 고통 사이 잠깐의 휴식이라고 하지 않는가”라면서 “여기는 힐링 휴식의 공간이다. 공감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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