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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가습기 살균제 피해 판정 기다리다 34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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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까지 전체 5566명 중 ‘피해 판정’ 18%에 그쳐

‘폐 섬유화’만 허용…엄격한 잣대·늑장 판정 ‘비판’

지난해와 올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한 이들 중 정부의 ‘피해 인정’ 판정을 기다리다 사망한 이들이 34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자는 지금까지 5566명이며 그중 18%만 정부의 판정을 받았다. 정부의 ‘늑장 판정’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8일 보도자료를 내고 “2016년과 2017년 4월의 피해 신고자 4284명 가운데 신고 당시 생존했던 34명이 현재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사망자 수는 정부가 정신건강조사 등을 이유로 신고자들에게 전화를 하면서 파악됐다. 사망자는 대부분 60~80대에 분포돼 있었으나 30~50대 사망자도 6명이었다.

지금까지 정부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 판정은 전체 신고자 5566명 중 982명(18%)에 대해서만 이뤄졌다. 나머지 4584명은 판정을 기다리는 상태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신고 접수는 2012년부터 시작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 인정’ 비율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피해자로 인정되는 ‘1단계(관련성 확실)·2단계(관련성 높음)’ 판정자는 2014년엔 전체 심사자의 47.6%(361명 중 172명)였으나 2017년 3월 발표 때는 3%(99명 중 3명)로 크게 꺾였다. 판정을 받은 982명 가운데 피해자(1·2단계) 인정을 받은 이들은 280명뿐이다.

‘피해 인정’ 비율이 낮은 것은 정부의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 가습기 살균제 피해 질환으로 ‘폐 섬유화’만 인정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폐 영상사진의 ‘간유리 음영’ 현상, 폐 섬유화의 급성 진행 등 이른바 ‘특이성’ 조건 충족자들만 피해자로 인정받는다. 가습기 살균제 사용 이후의 건강악화가 분명하더라도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가습기 살균제 노출 전과 후의 건강변화를 심사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면서 “일본의 미나마타병과 한국의 원진레이온 직업병도 처음에는 특이적 증상만 인정하다가 다양한 피해자들이 나타나면서 결국 비특이적 질환까지 인정한 바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판정기준을 엄격하게 하는 이유는 피해자가 개인적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경우 기업에 패소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판정 속도는 판정을 맡은 병원의 인력 문제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2015년과 지난해 접수자는 올해 안에는 판정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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