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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사람들]30년만에 만난 입양한인 자매 "생모 찾으러 한국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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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과 미국에 사는 異姓同腹 자매 2월 스페인서 극적 첫 상봉

연합뉴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만난 입양 자매 아르멘다리즈(왼쪽)와 훌트퀴스트



(서울=연합뉴스) 왕길환·이해아 기자 = "올해 여름 생모를 찾으러 모국을 방문할 것입니다."

아버지는 다르지만 같은 어머니를 둔 이성동복(異姓同腹) 입양 한인 사라 훌트퀴스트(35)·케이티 아르멘다리즈(32) 자매는 지난 2월 24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시공을 뛰어넘어 극적으로 상봉한 이래 새로운 공동의 목표가 생겼다. 꿈속에서나 그리던 생모를 함께 찾아 나서는 것이다.

입양기관에 남은 기록에 따르면 서울에서 태어난 자매의 생모는 김숙희 씨. 김 씨는 마음의 병이 깊어 자주 입원하다 결국 가족에게서 버림받았다. 자매가 세상에 나오자마자 입양기관을 거쳐 스웨덴과 미국으로 보내진 이유다.

자매의 삶은 여느 입양 한인들과 다를 바 없었다. 성장기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며 차별과 싸워야 했다. 버려진 사실을 알게 되고서는 가슴 한켠에 미움을 싹이 텄지만 혈육에 대한 원초적인 그리움은 어쩔 수 없었다.

30년이 훌쩍 지나 낯선 땅에서 처음 만난 자리에서 금세 혈육임을 알아채고 서로 눈물을 닦아줄 수 있었던 것도 그런 그리움의 힘이었다. 자매는 그 자리에서 "이제는 모두 용서할 수 있는" 부모를 함께 찾아 나서기로 뜻을 모았다.

전 세계에 있는 20만 입양 한인의 대변자가 되고 싶다는 자매의 의지도 한국행을 결심하게 하는 동기가 됐다.

"우리의 상봉 스토리가 알려지고, 생모를 만나는 과정이 공개되면 한국 정부가 해외입양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한국 정부는 입양 절차를 투명하게 하는 것에 대해 적절한 방법을 취하지 않고 있죠. 무엇보다 한국 사회는 여성을 낙담시킵니다. 안전한 고용과 자녀 지원이 있다면 대부분의 생모는 자식을 키우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그들에게 한 번 싸워볼 기회조차 주지 않아요. 세계에서 가장 출산율이 낮은 나라 중 하나인데도 말입니다."

연합뉴스

30여년만에 극적으로 상봉한 입양한인 자매



스웨덴과 미국으로 입양돼 각각 다른 문화 속에서 살던 자매는 어떻게 만났을까?

동생 아르멘다리즈는 지난 2006년 모국을 처음 방문해 자신의 입양을 담당했던 기관을 찾았다가 자신에게 형제자매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피붙이를 찾는 노력을 백방으로 펼쳤지만 허사였다. 그러다 9년 후 DNA 테스트를 통해 친척을 찾을 수 있다는 정보를 알고는 한 방울의 피를 관련 기관에 남겼다.

스웨덴에 사는 언니 훌트퀴스트는 동생의 존재를 전혀 알지 못했다. 그는 정체성을 인지한 후부터 한국 출신이란 사실을 숨기고 부끄러워했으며 자신의 삶을 복잡하게 만든 생모를 찾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다른 아시아인들과 떨어져 백인 사회에서 자라온 것은 저의 정체성과 자아에 큰 영향을 미쳤어요. '내가 누구인지'를 진솔하게 물어보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죠. 그렇지만 남을 생을 계속 열등한 사람으로 살기는 더 싫었습니다."

훌트퀴스트는 지난해 7월 처음으로 서울을 방문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절대 한국인이 될 수도,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질 수도 없다"고 생각했던 그는 당시 한국인과 함께 있으면서 '온전한 인간'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귀국 후 5개월 만에 DNA 검사를 받았고 놀랍게도 유전자가 일치하는 여동생이 있다는 결과를 지난 1월 확인했다.

다음 단계는 정신없이 다가왔다. 그는 동생의 이름을 페이스북에서 찾았고, 얼굴이 나타나자 직감적으로 혈육임을 알았다. 게다가 형제자매를 찾고 있다는 글 속의 여러 정보를 퍼즐처럼 맞춰보자 자신과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저는 그때 바로 너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곧바로 이메일을 보냈죠."

미국 미니애폴리스에 살면서 언니의 편지를 받은 아르멘다리즈는 울기 시작했다. 그는 "우리가 자매일 수 있다는 언니의 말에 하염없이 눈물이 나왔다"고 했다. 자매는 매일 대화를 나눴고, 스페인에 갈 예정이던 동생의 제안에 언니도 마드리드로 날아갔다. 그리고 2월 24일 그들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건 엄청났어요. 둘이 대화를 하자 종교적 믿음에서 와인과 음식을 좋아하는 것까지 비슷한 것이 한둘이 아니었죠. 천상 자매였던 거예요. 그리고 한국의 해외입양에 대한 정책을 비판하는 것도 한목소리였죠."

자매는 자신들의 상봉 이야기가 널리 알려지길 바라고 있다. 많은 입양인이 유전자 검사를 받고, 한시라도 빨리 뿌리를 찾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자매의 상봉 이야기는 미국 입양단체 '325Kamra'가 연합뉴스에 제보하면서 알려졌다. 이 단체는 생부모를 찾는 입양인은 DNA 검사를 무료로 진행하는 서울의 입양한인 쉼터인 '뿌리의 집'(www.koroot.org)을 방문하라고 권한다.

자매의 기사는 22일 연합뉴스 영문 기사(http://english.yonhapnews.co.kr/feature/2017/03/21/96/0900000000AEN20170321009200315F.html)로도 소개됐다.

연합뉴스


입양당시 아르멘다리즈(왼쪽)와 훌트퀴스트. 오른쪽 아이를 안고 있는 여성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음.



ghwang@yna.co.kr

hagu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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