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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금)

[WKBL] 챔프전, 두 사령탑이 여자농구에 던진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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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향 평준화 위한 노력 필요, 선수들 마음가짐 달라져야

뉴스1

20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생명 2016-2017 여자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3차전 우리은행 위비와 삼성생명 블루밍즈와의 경기에서 83-72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3대0으로 리그 통합우승을 차지한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이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고 있다. /뉴스1 © News1 오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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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명의 기자 = "이런 생각도 한다. 우리가 지면 여자농구가 재밌을까?"

위성우 아산 우리은행 감독은 통합 5연패를 달성한 뒤 '독주'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우리은행이 압도적인 성적으로 5년 째 우승을 차지하다보니 여자농구의 재미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에 관한 얘기다.

위성우 감독은 "우리가 지면 여자농구가 재밌어질까. 그건 아닌 것 같다"며 "우리는 지키려고 발악을 해야 한다. 우리가 내려가서 리그 평균을 내리는 것보다, 우리가 잘해서 리그 평균을 올리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소신을 밝혔다.

우리은행은 지난 20일 챔피언 결정 3차전에서 연장 끝에 용인 삼성생명을 83-72로 물리치며 '통합 5연패'에 성공했다. 정규시즌에서 역대 프로 스포츠 최고 승률(0.943·33승2패)로 우승을 차지한 뒤 챔프전에서 역시 3연승으로 가볍게 상대를 제압한 우리은행이다.

삼성생명은 챔프전 내내 투혼을 발휘하며 우리은행을 괴롭혔지만 결국 우리은행의 적수는 되지 못했다. 사실 챔프전이 열리기 전부터 우리은행이 1패라도 당할 것이라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표면적인 성적표만 놓고 보면 우리은행 때문에 여자농구가 재미없다는 의견도 틀리지 않아 보인다. 너무 일찍 순위가 결정나 순위싸움이 주는 재미를 잃어버리기 때문. 그러나 위 감독의 말대로 우리은행이 진다고 여자농구가 재밌어진다고 보기도 어렵다. 스포츠의 재미는 순위싸움이 전부가 아니다.

챔프전에서 맞붙은 두 명의 사령탑은 여자농구에 메시지를 던졌다. 성향이 다른 두 감독에게서 나온 말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위성우 감독은 혹독한 훈련으로 선수들을 채찍질하는 스타일,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은 선수들이 스스로 알아서 프로답게 훈련하는 것을 독려하는 스타일이다.

먼저 3차전이 열리기 전 임근배 감독은 "여자농구의 문제점은 선수들이 스스로 농구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직접 물어보면 아니라고 말하겠지만,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는 선수들이 많다"고 쓴소리를 했다.

경기를 마친 뒤에는 내년 시즌 구상을 언급하며 "사실 선수들 거품이 너무 많다. 농구에 대한 열정이 크지 않은 선수들도 많다. 그런 선수들은 있으면 안된다"며 "자기 직업인데 열심히 살아야 하지 않나. 농구를 마음 속으로 사랑하는 선수들이 많은, 그런 팀을 만드는 쪽으로 다음 시즌 포커스를 맞출 생각"이라고 선수들에게 프로의식을 주문했다.

위성우 감독은 정상을 지키겠다는 말이 곧 여자농구에 던진 메시지다. 우리은행이 전력을 유지할테니, 다른 구단들이 그에 맞는 수준으로 따라오라는 뜻이다. 위 감독의 말대로 하향평준화로는 리그의 재미를 살릴 수 없다.

뉴스1

20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생명 2016-2017 여자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3차전 우리은행 위비와 삼성생명 블루밍즈와의 경기에서 83-72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3대0으로 리그 통합우승을 차지한 우리은행 박혜진이 MVP 발표 후 쑥스러워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오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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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시즌-챔프전 '통합 MVP'라는 영예를 안은 박혜진이 좋은 본보기다.

임근배 감독은 "박혜진의 인터뷰를 잘 들어보면, 항상 부족하다고 말한다. 잘해서 인터뷰를 하는 것일텐데"라고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박혜진의 자세를 칭찬했다.

임 감독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챔프전을 마친 뒤 인터뷰에서 박혜진은 "올 시즌, 농구를 공부하는 것이 재밌었다"며 "아직 배울 것이 많다. 1대1 기술을 더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전체적인 기량이 발전할 때 리그 수준이 상향 평준화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은행의 독주는 자연히 어려워진다. 지도자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선수들도 농구를 대하는 자세와 마음가짐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doctor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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